2020년 제주도는 민원이 들어오는 용눈이를 복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공사하면서 현실화가 되었다. 그리고 11월에 접어들자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회에 이어 복원 공사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제기능을 잃어버린 녹화마대
녹화마대는 천연 식물 섬유제로서 굵고 거친 삼실로 짠 커다란 자루를 말한다. 통기성, 흡수성, 보온성 등이 우수해서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오름에 어떤식으로 설치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현재 용눈이공사에서 녹화마대 역할은 무엇인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단순히 흙이 패인 곳을 메꾸고 그 위에 매트를 깔기 위한 사전작업 뿐인 것이다.
사진에서 보면 녹화마대는 사람이 밟아 이미 많은 곳이 터져 있다. 여기로 흙이 빠져 나가면서 녹화마대의 기능은 고사하고 용눈이를 살리겠다는 취지와 정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공사가 이대로 끝나면 이 공사는 하나마나다.
오름에서 녹화마대의 역할은 따로 있다. 첫째, 송이로 이루어진 토양층의 유출방지다. 흙이 빗물과 바람에 유실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사람이 다니면서 파인 탐방로는 물길로 변해 지속적인 물의 통로가 되어 토양의 유출이 계속된다.
둘째, 녹화마대에서 자연적으로 오름에서 자생하는 식물이 자라야 하는데 흙이 없어짐으로 인해 식생이 정착하기 힘들다. 따라서 식생이 정착하기 위해서 흙이 유실되지 말아야 하는데 반복되는 토사유출로 식생이 정착하기 힘들어 진다.
세째, 녹화마대를 고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고정하지 않은 녹화마대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녹화마대는 어떻게 설치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고정을 해야 하며 마대에서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즉, 자연생태계의 천이를 이루게 하며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이루는 녹화공법을 도입하고 현장에 맞게 보완하여 훼손지가 원래 상태로 자연환경 복원및 보전을 하는 기능을 하여야 하는 것이 녹화마대의 역할이다.
◇물길을 알아야 한다
탐방로 작업에서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물의 작용이다. 특히 제주처럼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은 곳에서 물의 흐름을 생각지 않고 공사한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오름에 모든 공사는 물의 작용을 생각지 않는다. 이유는 오름을 단순히 정비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탐방로와 오름 자체의 높이의 차로 인해 생긴 물길.
물의 작용은 침식과 운반 그리고 퇴적으로 이루어 진다. 침식은 물이 흐르면서 물길의 아래쪽이나 옆쪽을 깍아 내리는 현상인데 물 자체의 수압에 의해 깍여 내려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물에 딸려 내려오는 돌멩이나 모래로 인해 긁혀서 깍이기도 한다.
녹화마대를 쌓아놓은 옆은 탐방로와 오름자체의 높이의 차로 인해 경계면이 이루어 진다. 이곳이 물길의 통로가 되어 침식작용이 심하게 일어난다. 침식작용은 비가 많이 와서 물의 유량이 많고, 오름의 경사가 급해서 물이 흐르는 유속이 빠를 때 더 잘 일어난다. 송이층이 파여 깍이는 악순한이 계속되고 결국 탐방로는 넓어지고 오름은 파괴되어 간다. 공사할 때 물길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공사는 되려 오름을 파괴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탐방로 만이 아닌 오름 전체의 물길을 고려하여 물의 흐름이 집중되지 않고 완만하게 분산하여 흐를 수있도록 설계와 공사시에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동물과 인간의 답압에 의한 자그마한 고랑이 이젠 자연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자원과 자연 보호를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가 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다. 2012년 제주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렸다. 자연이 우리에게 무한한 혜택을 준것에 대한 보답은 아니지만 인간이 자연을 위해 조그만 힘을 보태자고 한 WCC총회 시기에 제주오름에 수많은 공사를 하였다. 지금 돌아보라. 어찌되었는가. 보호와 보전은 커녕 우리의 무지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오름길은 직선으로 만들고 오름정상까지 중장비가 올라가 땅을 고르고 사람이 다니기 편한 길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오름파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한테 보여주기가 우리한테 보여준 크나큰 과오였던 것이다.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 자연을 파괴한 무지하고 어리석은 우리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어머니로 인해 탄생되고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생명을 품은 자연을 'Mother Nature'라 부른다. 물을 품고 대지에 물을 축이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먼저다.
◇시설물 설치 없으면 좋지만 최소화해야
자연환경에 시설물설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경우라면 매우 심각하게 문제점을 검토하고 분석하여 적정 대책을 수립한 후에 공사를 하여야 하며 그것 또한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하여 무엇을 먼저 생각하여야 하는가. 당연히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이다. 생태적 원리에 맞춰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를 유지 또는 조성하여, 생태계 질서에 의해 스스로 유지되거나 최소의 인위적 개입으로 유지 또는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즉, 시설물은 자연생태계의 보전을 우선 배려하는 시설로서 생물 서식처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설치해야 한다. 또한 필요시 탐방객의 탐방활동 등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종다양성, 생태적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를 통한 자연환경조사 또는 타당성조사를 우선 실시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공사단계에서 미리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① 중요 동·식물의 서식에 중요한 시기는 가능한 한 공사일정을 조정하여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자연적인 복원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택하여 공사 실시한다.
②습지, 초지, 하천, 지질등 생태적 가치가 있는 지역은 가급적 설계에 반영하여 원형이 보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오름 및 주변환경을 충분히 사전조사하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한다.
③공사에 따른 토양이나 자재는 반드시 살균을 해야 한다.
-외래종이나 해당 오름에 서식하지 않은 생물을 차단하여야 한다.
④공사용 반입자재의 야적장소, 임시시설물, 설치장소 등은 공사착공 초기 단계에서부터 검토하여 주변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하고 즉시 복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불필요한 시설은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
⑤공사시 발생되는 소음, 진동 등으로 생태계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저소음, 저진동 공사용 장비 사용하여야 한다.
-소음으로 인하여 서식처의 생물이 떠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⑥사업의 부실예방과 효율적인 공사를 위하여 환경·생태·토목 등 관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단을 수시 운영하여야 한다.
- 오름에는 조경이나 토목공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환경을 복원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 따라서 공사방법에 따른 전문가를 상시 투입하여야 한다.
⑦설계·공사방법 등의 문제점에 대해 보완·개선토록 수시로 공사현장을 확인하여야 한다.
- 설계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설계가 이루어 진 후 현장에 맞춰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⑧시설물은 자연환경보전을 위한 목적으로 설치하여 생물다양성을 보전 또는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시설물은 탐방객 중심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⑨목적에 적합한 위치, 규모, 시설내용으로 안전한 시설로 설치하되, 인공적인 시설물은 최소화하여야 한다.
-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시설물은 설치하지 않는다.
- 벤취, 안내문, 정상표지석 등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오름을 더 훼손할 수 있다.
- 필요하다면 최소한으로 아래쪽 입구에 설치하면 된다.
⑩자연환경, 경관, 생물다양성 확보를 배려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오름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오름에 맞춰 인위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여야 한다.
⑪자연환경, 경관과 조화되는 환경적인 구조와 재료를 사용하여야 하며 환경적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 어떠한 경우에도 환경에 영향을 주는 재료는 피해야 한다.
⑫오름 탐방길은 일방통행을 원칙으로 한다.
- 현재처럼 교차방식의 통행방식은 탐방길을 확장하고 주변 생물을 파괴할 뿐이다.
- 일방통행을 실시하여 사람이 다니는 길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⑬오름에서 안전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
- 자연에서 탐방을 하다 일어난 사고는 행정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공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
- 구조는 신속하게 하되 책임소재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⑭자연환경 또는 시설이 조금이라도 훼손되었을 시 즉각 통제하여 복원하여야 한다.
- 훼손시 탐방객을 일정기간 통제하여 환경이 회복한 후에 탐방할 수 있도록 한다.
⑮ 이 모든 시설물은 자연환경복원 및 동·식물의 지속적인 삶에 반드시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 모든 시설물은 그곳에 사는 생명이 우선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
인간은 왜 자연을 자연상태로 두기에 주저하는가. 자연의 종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식물과 동물, 나아가 모든 자연생태계를 생각하는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생태계의 변방이다. 자연의 무한한 초록과 그 수많은 우아함, 계절과 시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아름다움, 봄과 가을이 오는 것에 대한 놀라움,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행위가 우선이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먼저 바꾸자
얼마전에 나는 바람이 거센 용눈이에서 조그마한 종이한장을 들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제주하늘이 예쁘십니까? 하지만 밞고 있는 오름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제주오름은 어느 누가 열심히 활동한다고 해서 지켜지지 않는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오름공사가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 열거한 것 외에도 수많은 요인이 있다.
가장 단순하며 무지한 실수가 행정에 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부터 어떤식으로 환경에 공사를 해야하는지, 거기에 환경을 모르는 행정이 있어 오름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철저하게 전문성을 가지고 환경적 요소를 살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
모든 단계에서 환경적요소는 무시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까지 말이다. 이유는 전문성이 없고 그저 땜질하 듯 복원이 아닌 복구공사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또한 오름을 탐방하는 사람도 문제가 많다. 오름은 놀이터가 아니다. 그저 몇번의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멋진 곳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그 멋진 곳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밟히며 고통받고 있는 오름을 철저히 외면하며 웃으며 즐길 수가 있는가. 제주오름에서 수많은 영화, 방송촬영을 하면서 그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오름이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는가. 제주오름의 아픔을 한번이라도 말한 적이 있는가. 그들은 제주환경에서 이득을 취하면서 그 일부를 환경을 위해 돌려줄 생각조차 없는 것이다.
아직도 제주에 볼 것이 남았다고 생각하는가. 안타깝다. 그들을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지만 그 오름을 보며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 잡는 사람은 제주사람이다.
나는 제주오름을 보전하려는 흐름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말 제주오름을 생각한다면,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오름은 인생샷에 의해서가 아니라 방관자에 의하여 파괴된다. 제주오름은 무의식적인 사고에서 또는 개발에 의해서 또는 행정의 잘못된 정책에 의해 파괴된다.
인간을 자연과 철저히 분리시켜 자연을 지배하려 하는 것과 인간을 위한 효율적인 도시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개발주의를 합리화하는 이론적인 근거다. 그렇게 개발된 것은 파괴의 화살이 되어 자연의 아픔에 귀 기울이지 않는 가해자가 된다. 이제 자연에 가해자가 되었던 인간은 자연을 존중하고 아픔을 배우면서 자연을 향한 경외심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먼저 바꾸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는 명심해야 한다. 자연을 치유하는 댓가가 관광수입을 앞지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에서 새로운 문명의 발상과 시작을 위해서는 소수자(小數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 소수자가 행정의 책임자일 필요은 없다. 환경을 보전하려는 힘의 원동력은 지금 한사람 또 한사람, 제대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정신적 승화와 그에 따른 행동이 제주오름, 제주환경, 우리의 미래를 보전하는 것이다.
다음은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관하여 쓰고자 한다.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