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뉴울꽃 제주오름](3) 제주 오름 보전·관리조례의 문제점

[검뉴울꽃 제주오름](3) 제주 오름 보전·관리조례의 문제점
관리보다 보전에 무게중심 두는 인식전환 필요
  • 입력 : 2021. 02.16(화) 17:45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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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아래 펼쳐진 제주의 오름군.

2017년 12월 29일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정확하게 3년이 지났다. 과연 조례대로 제주오름이 보전되고 관리되고 있을까. 아마도 제주사람은 이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사무와 방법, 주민이 지켜야 할 사항 등을 정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할 수 있는 법 규범의 일종이다. 조례는 법 규범이므로 조례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면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도 따라야 하는 '구속력'이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에 관한 기본 법률인 '지방자치법'에서는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조례의 '제1조(목적)'을 보면 '이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오름을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오름의 훼손을 방지하고 오름과 관련된 자연환경적 자원과 인문환경적 자원 등 지속가능한 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관리' 규정 삭제하고 오름 정의 새롭게 정의해야

 여기서 말하는 '관리'란 무엇일까? 관리의 사전적 풀이는 차치하고 환경에서의 관리란 무엇일까. 환경에서의 관리란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생태의 최적상태에 도달하려는 기능이어야 한다. 즉, 환경에 대한 유해한 영향을 통제하고 감소시키는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제주에서의 관리는 이와 거리가 멀다. 환경보호보다 이용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환경보호보다 이용적측면을 우선시함으로써 선제적인 보호보다 훼손이 이루어진 후에 보수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조례에서 '관리'란 단어는 과감하게 삭제하고 시행규칙안에서 보전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에서 관리라는 단어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행정에서 환경영향을 파악하여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거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전하는 데만 관리의 개념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자연상태가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인간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환경에서의 관리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름에 사람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춰놓고 수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이 보호되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오름 바로 옆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오름이 망가진다고 하는가. 환경을 보호하는 기본은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행정은 환경보호라는 이름만 걸어놓고 사람을 위한 시설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

 조례의 제2조에는 오름의 '정의'를 명문화하였다. 1997년 제주도에서 발간한 '제주의오름'이란 책에서 제주의 오름은 368개로 조사되었고 지금까지 그것을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오름은 200~500여개까지 사람마다 오름의 수를 달리 말하고 있다. 이유는 오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오름의 정의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오름은 제주에서 매우 중요하다. 제주의 오름은 제주사람의 삶과 역사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제7조는 '자연휴식년제 시행'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오름은 6군데이다. 물찻오름, 문석이, 백약이정상, 도너리, 절울이(송악산), 용눈이이다. 제주오름 중에 한라산국립공원에 있는 오름을 제외하고 300여개의 오름을 탐방할 수 있다. COVID-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실내공간을 피해 오름에 다니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다니며 오름의 훼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이제는 과감하게 오름의 일정량을 자연휴식년제로 확대하여 시행할 시기가 온 것이다. 휴식년제를 실시함과 동시에 탐방하는 사람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ㆍ공유지오름을 포함하여 사유지오름도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 우리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자연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제8조는 '기초조사'에 관한 것인데 필요시 정밀조사까지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기초정밀조사를 과연 하고 있을까. 또한 제주도는 '오름종합계획'을 5년마다 하게 되어 있다. 2016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2016년에 만들었던 '오름종합계획'에서 '과업의 배경과 필요성'에 보면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오름을 체계적으로 보전함으로써 오름의 환경자산적 가치를 활용하여 지역활성화 및 지역주민의 소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

 2. 오름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종합적·체계적 관리방안을 마련함

 3. 오름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오름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DB를 구축하여 운영함

 우선 제목부터 바꿔야 한다. '오름종합계획'이 아닌 '오름보전계획'으로 바꿔야 한다. 자연은 원래 있던 그대로의 상태나 모습으로 있기를 원한다. 사전적인 의미도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ㆍ지질적 환경으로 정의한다. 자연은 사람이 활용하여 경제적가치를 취하기 이전에 원래 상태로 돌려 놓는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관리적측면을 강조한 종합계획보다 자연을 그 상태로 두는 보전계획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언뜻보면 맞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전보다 이용적측면만 강조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제주의 오름이 2016년 보다 지금 더 보전되고 있을까. 절대 아니다. 사람을 위한 이용적측면은 많이 늘었지만 오름은 결과적으로 더 훼손되었다. 모든 것은 오름이 온전히 잘 살아 있어야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훼손된 정물알 오름.

 내가 건강해야 모든 일을 할 수 있듯이 오름이 망가진 후 관리한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연과 우리의 미래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현재를 잘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9조부터 제15조까지는 '오름 보전ㆍ관리위원회'에 관한 것이다. 위원회의 설치, 구성, 임기, 운영 등이 규정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구성된 적도 없고 논의조차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제력이 없는 이 조례는 허울 뿐이다. 이번 2021년도 상반기에 이 조례가 개정된다고 한다. 위원회가 너무 많아 단독적인 '오름 보전ㆍ관리위원회'를 만들지 말고 기존 환경위원회로 통폐합하자는 것이다. 위원회를 줄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같이 줄어들까하는 노파심이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름을 뒷동산처럼 여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이가 없는 것은 제11조는 아예 누락이 되어 있다. 조항 자체가 없다. 이 조례를 만들때 얼마나 성의가 없이 겉치레로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도의원과 행정의 한계가 여기까지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제16조는 '오름 보전ㆍ관리정보센터의 설치 등'에 관한 것이다. 일단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제주오름보전센터'로 바꿔 오름의 보전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에게 맡겨 운영케 하고 관리만 행정에서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제주오름 보전을 시작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름 보전 위해 사유지 지원책 마련 고민할 시점

 제17조는 '주민지원사업'이다. 여러가지 지원사업도 중요하다. 단,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전에 보전적 가치로서 얻어지는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여기에 사유지에 해당하는 오름에 대한 지원책을 넣는 방안을 깊이 고민할 시점에 왔다.

 제21조는 '시행규칙'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4년차에 접어 드는 시점에 시행규칙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례에 시행규칙을 언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시한을 정하든지 아니면 도의회에서 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아니면 행정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없어 오름에서 이루어지는 비상식적인 행위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례는 지방 자치 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 의회의 의결을 거쳐 그 지방의 사무에 관하여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즉, 지방의회가 최종적으로 제정하므로 도민과 공무원이 함께 이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제정된 조례를 집행하는 당사자는 지방자치단체이기에 지방자치단체와 무관하거나 집행의지가 없는 조례를 지방의회가 제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강제력이 없고 시행규칙이 없는 지방조례는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례는 법령의 범위에서 제정ㆍ개정되는 실행적ㆍ집행적 성질의 규범임을 고려하면 굳이 선언적인 내용 중심의 조례를 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해도 공무원들이 집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목적에 맞게 시행되어야 하고 그 효과나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시행규칙에는 귀중한 생명이 오름에 존재한다는 것과 자연을 믿고자하는 사람의 가치까지 넣어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바로 제주에서만 존재하는 가칭 '제주환경특별사법경찰' 도입이다.

 환경부에서 하는 것도 있고 제주도자치경찰단에서 환경,식품위생 사건처리 업무 총괄을 맡고 있지만 오름이나 곶자왈, 국립공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오름자연휴식년제에서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오름 훼손 방지 전담할 환경특별사법경찰 제도화해야

 오름의 훼손을 방지하고 자연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자연휴식년제이다.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탐방을 제한하고 있는 휴식년제 대상의 오름을 오르는 도민과 관광객들이 있고, 일부 복구구간은 관리소홀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오름 탐방객들의 자발적이고 올바른 탐방문화가 우선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행정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제주 자연환경을 지키는 '제주환경특별사법경찰' 제도라 생각한다. 기존의 경찰과 환경지킴이로는 자연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단속과 처벌 등 사법권을 갖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즉, 오름·지하수·곶자왈·국립공원·습지·해양 등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많은 활동을 하며 의식이 확고한 사람을 찾아 해당 분야에서만 사법권을 주고 과태료를 물리거나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자연환경을 지키는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제주자연에 머무르고 계도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 해당지역을 순찰하면서 경찰과 연계하여 응급처치, 산불예방, 밀렵감시, 불법행위단속, 동물구조 등과 같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하면 '제주환경특별사법경찰' 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특정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민간전문가에게 특수한 범죄에 대해 장소, 사항적 제한을 두고 사법경찰권을 부여하여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환경보호와 같은 특수분야는 그 방면에 정통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신속성과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현명한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인간에게나 자연에게나 위험한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살릴 수 도 죽일 수도 있다. 우리는 제주자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그야말로 수치가 될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장 오래된 예술품이다. 이러한 예술품을 깨서 모조품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는 명확한 오름에 관한 조례와 시행규칙이 만들어지기를 강하게 바래본다.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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