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모호하게 떠다니는 무의식의 상상 붙잡다

[책세상] 모호하게 떠다니는 무의식의 상상 붙잡다
융 연구소 아카이브 담은 '내면의 그림'
  • 입력 : 2021. 03.1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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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C. G. 융(1875~1961). 1930년대에 융은 한 네덜란드 여성을 치료했다. 융에게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그 여성은 불안장애를 겪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며 안도감을 얻었다. 이 사례가 소개된 책에서 융은 "그림은 모호하게 떠다니는 무의식적 상상들의 공통점을 찾아 어느 정도 그것들을 일치시키고 이로써 고정시킨다"며 "이 방법의 치료적인 효과는 의식이 무의식과 함께 작업하도록 하여, 무의식을 의식에 통합시키는 데 있다"고 적었다. 이 대목에서 융은 그림을 이용한 치료적 이해의 기초를 말하고 있다.

루트 암만, 베레나 카스트, 잉그리트 리델이 공저한 '내면의 그림'에 융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가시화한 그같은 이미지들이 담겼다. 1948년 4월 설립된 스위스 취리히 융 연구소의 그림 아카이브를 통해 분석심리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융은 1917년 무렵부터 그의 환자들이 그들의 꿈과 상상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도록 격려했다. 융의 동료 중 한 사람으로 자신도 그림을 이용한 작업에 몰두했던 욜란데 야코비는 그때부터 1955년까지 융의 환자들이 그린 그림 약 4500점을 수집해 융 연구소의 아카이브에 보관 해왔다.

연구소는 설립 70주년이던 2018년 그 그림들을 공개했다. 대중들은 융이 어떻게 내면의 그림들을 치료의 형태로 발전시켰고, 그 방법은 어떻게 응용되었는가에 관심이 컸다.

'내면의 그림'은 그중 일부를 골라 섬뜩한 것, 만다라, 성과 육체, 혼돈과 파괴, 인간적인 것 그리고 비인간적인 것 등 주제별로 나눠 융 학파 심리분석가, 미술사가 등이 그에 상응하는 글을 덧붙였다. 융 스스로는 그의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메모를 남기지 않았다. 환자들도 일부만 그림에 단상을 적어 놓았다. 그 때문에 그림을 그린 이들이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그것들은 색과 형태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박경희 옮김. 뮤진트리.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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