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문연路에서] 문화예술의 섬 중심, 저지예술인마을

[안창남의 문연路에서] 문화예술의 섬 중심, 저지예술인마을
  • 입력 : 2021. 07.06(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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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예술작품들 제주에 둥지
문화시설 확충에 밑거름 역할

저지예술인마을 전국 첫 사례
문화예술의 섬 중심으로 육성

최근 거장의 예술작품들이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중섭미술관에 지난달 이건희 컬렉션 중 이중섭작품 12점이 들어오는가 하면, 자칭 걸레스님으로 잘 알려진 중광스님의 작품 430여점은 기증절차가 진행중이다. 저지예술인마을에 거주하시는 현병찬 서예가로부터 수천 점의 작품과 자료는 물론 부지까지 기증 의사를 전달해 온 상태이다.

가치 있는 예술작품 매입에 예산 투자가 쉽지 않은 제주에서 작품기증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품수집 방법의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도립미술관 건립 배경 역시 장리석 화백의 작품 기증에 기인했고, 김창열 화백의 기증품에 의한 김창열미술관, 현대미술관 제2분관은 우리나라 근현대의 대표 화가인 박광진 화백의 기증품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제주 출신 예술가로는 현중화 선생의 작품 기증에 의한 소암기념관들이 그것이다. 이런 예술가들의 기증은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줬다.

예술대가들의 작품기증에서 얻는 가장 큰 성과는 인지도 있는 문화시설을 확충시키는데 밑바탕이 된다. 또한 도민들은 물론 여행객들까지 품격있는 예술 향유 속에 삶의 치유의 역할을 제공해준다. 여러 예술작가들이 제주를 사랑해준 덕분에 이중섭미술관 같은 경우 국내 작가미술관 중 관람객 수 1위를 차치하고 있고, 물방울 화가 김창열 작품은 작품경매가가 매우 높게 거래돼 제주미술관의 격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섬 정책 중심에 있는 제주는 예술가들이 제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도 문화예술의 섬 조성에 대한 그림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필자는 저지예술인마을을 주목하고 싶다.

관광산업 위주의 제주는 방문 여행객 98%가 개별관광객들이고, 도내 여행객 95%가 여가, 위락, 휴식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는 사실을 볼 때 문화관광의 차원을 넘어선 예술관광으로 갈 수 있는 '문화예술의 섬 제주'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기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저지예술인마을은 1999년 전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행정에서 예술인마을을 조성해 예술인들을 모이도록 했던 실험적 예술프로젝트였다. 시작은 북제주군에서 지방자치시대에는 문화만이 지역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예술인들에게 필지를 분양하고 현대미술관 건립에 그쳤다. 2013년에 이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하면서 김창열미술관, 공공수장고, 실내영상스튜디오까지 들어섰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활동한다고 해도 실제 입주해 마을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은 분양 대비 그 절반 수준이다. 이유는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전시, 공연에 대한 기반시설과 축제 등 콘텐츠들이 열악한 것이다.

문화예술의 섬으로서 예술인마을에 북적이는 예술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활동 예술인들을 자연스럽게 예술인마을로 옮겨 오도록 해야 한다. 가장 쉽게는 격 있는 기증작품을 통해 이곳에 문화시설을 조성하고, 공연예술인들을 위한 인프라까지 반영하는 정책적 아량도 필요하다. 문화지구에 맞는 특성화된 행사, 축제 등 문화예술 활동이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이처럼 특화된 정책지원이 수반될 때 제주는 개발이 우선되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닌, 자연과 공존하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예술관광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 문화예술의 섬이 되는 것이다.

<안창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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