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협력의 인문학 강조
다양한 시각으로 사고하는 힘
4차산업혁명 속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세라는 미래에,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요소의 하나로 인문학적 사고가 상위권에 들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꾼 혁신의 아이콘이자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븐 잡스가 '애플을 애플답게 한 것은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한 것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1995년 미국의 작가 얼 쇼리스는 노숙자, 마약중독자, 전과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재를 털어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강의를 개최한 결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떠졌고 삶의 목표가 생겨 자존감을 회복하게 됐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인문학이 가지는 힘에 대해 놀라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정작 일상 속에서 인문학을 적용하거나 잘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웬만한 계산이나 길을 외울 필요없이 스마트폰이 다 해주고 심지어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지식인 검색 질문으로 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인문학을 다시 얘기하는가?
조지 앤더슨은 '쓸모없는 인문학 공부가 테크놀로지 분야로 진출하는 가장 핫한 티켓이 되다.'라는 포브스의 기사를 작성해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선언을 했다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었다. 그가 저술한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에 따르면 인공지능시대 세상은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는 능력, 통찰하는 능력, 올바른 접근법을 선택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등 5가지의 단단한 인문학적 내공을 제시하고 있다.
즉, 코딩기술, 알고리즘은 엄두도 못 낼 정서적 친밀감이나 데이터와 숫자들 사이의 명료한 해석을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의 핵심을 추출하는 능력은 인문학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어진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고 이를 통해 주어진 문제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은 이제 기계의 몫이 됐기에, 선택과 판단의 근거로 가치관을 확립하고 문제를 발굴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결합하고 다른 가치관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 됐다. 그래서 소통과 협력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인문학이 강조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미래의 시계가 더욱 앞당겨지면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획일적인 주입식 입시경쟁 교육체제로는 더 이상 우리 아이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이 확장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문제가 부각될 정도로 고립감에 시달리고 소통 능력을 잃어버린 모습들을 치유하는 데에 인문학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우리 아이들이 사람이 만들어가는 역사와 문화, 창작과 열정의 결정체인 예술을 접하면서 저절로 생각의 크기도 커지고 공부의 이유를 깨달아 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에 자기주도 학습도 가능해진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 가장 핫한 문화가 된 것 역시,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결과이고, 인문학이 뒷받침된 융합, 통합, 통섭의 결과물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자녀들에게 일상의 작은 일부터 다양한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 인문학적 사고를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살아가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의 변화와 생각의 크기를 키울 수 있도록 우리의 교육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김장영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