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성의 편집국 25시] 먹구름

[강민성의 편집국 25시] 먹구름
  • 입력 : 2021. 10.14(목)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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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당시 불법 체포와 구금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수형인들의 한이 또다시 맺혔다.

4·3수형인 18명(생존 12명·사망 6명)과 수형인 유족 등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에서 형사보상금을 제외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소송은 앞서 수형인들이 승소한 53억원대 '형사보상 청구 소송'과는 달리 억울한 옥살이 후 겪은 신체적·정신적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제주지법은 국가가 수형인들에게 1억원, 배우자 5000만원, 자녀에게 100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했지만 형사보상금은 제외시켰다. 즉, 억울한 옥살이 이후 겪은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대부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평생 폭도로 낙인찍혀 고통받았던 현실이 외면당했다. 사실상 패소다.

재판부는 선고과정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 "후유장애가 불법행위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사유를 밝히며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4·3사건에서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학살당해야 했고, 집을 떠나야 했으며, 가족들과 뿔뿔히 흩어져 생존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아픔이다. 이들이 겪어온 후유장애와 정신적 고통은 누가 책임지는가.

기분은 어땠을까. 차갑고 무서운 형무소 안에서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이들에게 봄은 없는 것일까.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국가 공권력에 의해 아픔을 겪어야 했을까. 이들은 없었던 일을 지어내며 법원 앞에 앉은 것일까. 신성한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 소송에서 그렇게 많이 보이던 정신적 위자료란 단어는 여기서 통용되지 않은 것일까. 문득 고민에 잠겨본다. 동백꽃 위에 먹구름이 가득 꼈다. <강민성 행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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