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헤리티지 라이브러리 (끝)] 코로나19 시대와 제주농업의 가치

[제주 헤리티지 라이브러리 (끝)] 코로나19 시대와 제주농업의 가치
  • 입력 : 2021. 10.15(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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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기-감귤 산업기 거쳐 개방화 시대
신선채소류는 전 국민의 중요 먹거리
치유농업, 신물질 창출 농업으로 진화

"농업은 생명,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고장은 치유의 장소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자연을 품은 이 곳. 이러한 제주의 가치에 농업인들의 땀과 눈물이 배여 있기에 농업의 역사를 재조명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성에 기상과 토질은 그 어떤 곳보다도 열악해서 밥 한 끼 때우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4·3사건과 6·25전쟁으로 인해 삶은 더욱 피폐해졌고 당시 정부나 행정의 정책도 주로 사회질서 유지, 행정기관 확립 및 반공 등이 우선시됐다. 식량문제나 농업 관련 정책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민들의 주식이라곤 보리와 조, 고구마가 전부였다. 논이 없는 제주에선 논벼 대용으로 밭벼로 쌀을 얻었다, 흰쌀밥은 '곤밥'으로 제사나 명절 때에만 맛볼 수 있었다. 농업용수, 비료, 농약 등 농업 기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늘이 지어주는 농사이다 보니 날씨가 조금만 궂어도 한 해 농사를 그르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은 전국에서 으뜸인 '제주 메밀', 심한 가뭄 때는 생육기간이 짧고 한발에 강한 이 메밀을 선택한 것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60~7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는 식량 자급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동시에 경제작물 개발 정책을 폈다. 1970년대까지 제주지역에서는 맥주맥, 고구마, 유채가 3대 환금작물로 장려됐다. 그러던 중 1967년에 정부의 소득증대 정책의 일환으로 감귤진흥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 감귤이 제주경제를 살리는 효자작목으로 탄생하는 계기를 만든다. 한때 82%의 농가가 감귤을 재배한 적도 있다. '대학나무'란 애칭도 이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제주농업은 절대 빈곤기, 식량 증산기, 감귤 산업기, 시설 농업기를 거쳐 개방화의 시대를 겪고 있다. 감귤을 비롯해 아열대 작물, 시설농업은 전국 일등으로 꼽는다. 무,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등 제주의 신선채소류도 전 국민의 중요한 먹거리가 된지 오래다. 특히 작물들이 자라나는 초록 들판은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작금의 제주는 '관광객 천만 시대'라고들 한다. 녹색혁명, 백색혁명, 품질혁명을 거치며 달려온 우리의 농업은 이제 감성농업, 치유농업, 신물질 창출 농업으로 크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도 들판에 무수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그 생명이 피로에 지친 또 다른 생명을 살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끝>

<이상순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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