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기반은 '제주어'
체계적 연구 기틀 되기를
제주어 퀴즈 하나. '싸완' 이 말은 누군가 둘이서 싸웠다는 말일까? 아니면 도시락 등을 싸왔다는 것일까? 제주어 퀴즈 둘. '먹언' 이 말은 내 무언가를 먹었다는 뜻일까? 무언가를 먹었냐고 묻는 뜻일까? '싸완' '먹언' 둘 다 발음하지 않고 쓰여있는 글자만 보여준다면 제주에서 나고 자란 어느 누구도 이 퀴즈의 정답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이제 말을 막 배운 3살 남짓의 지인의 어린 손자를 만났다. 한글 발음이 아직 능숙하지 않은 그 꼬마 숙녀가 '먹언?'과 '먹언' 이 두 가지 말의 억양을 능숙하게 구분해 발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생각했다. "그래 이것이 제주어의 묘미이지, 아직 살아 있구나 제주어"
흔히들 민족정신을 말할 때 언어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신적 기반은 한글이고 같은 맥락에서 제주인의 정신적 기반은 제주어이다. 제주로의 이주가 붐을 이루고 삶터를 옮겨온 도민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제주어' 보전과 활용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끼리의 소위 '괸당'문화를 옹호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제주로의 이주를 결심하는 그 배경에는 단순히 천혜 자연환경만이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 한라산이, 제주의 바다가, 제주의 땅이 품고 있는 제주의 정신과 제주의 감수성은 오래동안 제주에 터 잡고 살아온 제주민의 말로 이어졌고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주의 매력으로 자리잡았으며 더불어 제주를 한번 살아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드는 밑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제주어가 지속적으로 쓰여지고 제주라는 공간이 유지되는 동안 그 공간안에서, 또 그 공간을 넘어 제주에 연을 가졌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아있는 언어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여러 정책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에 제주어종합상담실이 운영되고 있고 제주어보전회는 제주어 교육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어에 관심을 갖고 좀 더 배워보고 싶은 뜻을 갖고 있는 이를 위한 정책적 기반은 미흡하지만 마련돼 있다.
2011년 12월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했다. 그렇기에 아쉽다. 조금 더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놀이처럼 좀 더재미있게 제주어를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 말이다. 어린 꼬마 숙녀가 능숙하게 제주어 발음을 할 때 그 언어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수 있다면, 그 말과 글을 가지고 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어박물관'은 그렇게 시작할 수 있다.
제주어박물관은 도내 외 흩어져 있는 제주어 자료를 조사·수집·연구하고, 제주어의 문화적 다양성과 미래 가치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세대를 넘어 소통과 공감을 지향하는 제주어 교육을 통해 제주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이자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제주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지금 바로 우리가 의지를 갖는다면 말이다.
<강철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