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합류 움직임에 걱정
결코 환영할 수 만은 없는 일
피해 진단·근본 대책 세워야
핸드폰 문자로 전해지는 확진자 수에 덤덤해짐을 느끼면서,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음을 인지할 수 있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제는 이런 불편함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적응력이란 것이 참 대단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로이 모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들을 잊고 지내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최근 우리나라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 합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걱정이 앞서게 된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시대의 백신문제 등 전 세계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세계화'는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이면에 생계 걱정을 하게 되는 우리 농민들이 있기에 결코 환영만 할 수는 없다.
원래 국가 간의 협약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때 협약으로 인해 예상되는 산업분야의 피해를 분석하고,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대책을 함께 보고 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국회의 비준을 받은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15개국과의 FTA를 체결하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관세철폐와 수입증가의 영향으로 인해 연간 77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즉,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키위와 곡류 가공품, 일본의 망고와 레몬 등의 과일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어 수입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체 과수 생산에서 고작 77억원 규모의 피해만 예상한 것이다. 특히, 수입피해를 분석하면서 아열대과수를 제외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의 환경변화 속에 제주 농업인들의 선택 기회를 상당히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아열대과수에 대한 지원을 신중하게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을 통지한 바가 있는 만큼, 기회상실의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피해산정으로 인해 정부의 대책에 대한 신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대책도 기존의 사업을 되풀이 하고 있어 농업의 지속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출범과 2004년 FTA가 시작되면서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출입 환경에 의해 제주 농업이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원하는 FTA 기금사업의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FTA의 추진에도 우리 농민들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현실이 그래서 더욱 아쉽다. 제주의 감귤과 월동채소 과잉생산이 자꾸 반복되고,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시장개방으로 인한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다. 지금이라도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분야의 피해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송영훈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