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의 목요담론] 월동채소의 산지 폐기는 불가피한가?

[주현정의 목요담론] 월동채소의 산지 폐기는 불가피한가?
  • 입력 : 2022. 01.27(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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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애월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밭의 무들이 수확 후 밭에 방치돼 있는 것을 봤다. 힘들게 재배한 농작물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못해 안타까웠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제주에는 과잉 생산된 월동채소의 산지 폐기로 분주하다. 당근은 작년의 34%, 양배추는 53%, 무는 20%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고 한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생산량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농민이 농사를 잘 지어도 매해 기온, 강수량, 자연재해, 수입량, 타 농민들의 생산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산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2015년부터 채소가격안정제를 도입해 마늘, 양파, 무, 배추 등 가격 변동이 큰 채소에 대해 시장격리와 출하조절 등의 수급안정 대책과 농민에게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장해주고 있다. 제주도와 농협도 자율감축, 분산출하, 소비촉진 확대 등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산지 폐기 문제는 거의 매해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이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농산물 수급관리를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지 고민해본다. 첫째, 제주의 주요 농산물에 대한 농업 데이터 구축이다. 제주는 농산물 재배 면적이나 생산량에 대한 자료가 미흡하고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농협, 읍·면·동의 자체자료,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마을 단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실제 재배면적과 경작여부를 확인하고 드론으로 현장조사를 해 적확한 농업 데이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머신러닝을 통한 제주 월동채소의 수급예측시스템 구축이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이용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패턴을 찾는 것으로 의사결정이나 예측에 도움을 준다. 농업과 기후데이터를 결합해 머신러닝을 한다면 미래 수요량과 공급량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농민들에게 생산 조절 요청을 파종 시기부터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의 통합적 관리이다. 농산물 역시 농업수입을 위한 판로가 확보돼야 하고, 생산량에 따라 도내 소비량, 수출량, 가공량, 수매·비축량의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농산물 생산이 유통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해마다 변동되는 농산물 가격의 피해는 농업인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넷째, 시장에 격리되는 산지 폐기 목적의 비상품 농산물은 맛과 신선도가 보장된다면 푸드뱅크, 사회복지시설, 저소득층 등에 급식용이나 꾸러미 형태로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미국에는 대형마트 계산대 옆에 큰 드럼통이 있다. 이 안에 가공식품이나 생활용품을 기부하면 푸드뱅크에서 수거해간다. 단, 시장 격리된 농산물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와 상호 신뢰가 필요할 것이다. 2022년 연초이다. 지금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2022년 연말에는 산지 폐기라는 말없이 농민들은 제값 받고 소비자도 적정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농산물 수급이 잘 이뤄졌다는 뉴스를 접했으면 한다. <주현정 제주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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