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외국인, 단체, 개인 관람객 모두가 사라진 상황. 30년 동안 정원운영을 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고 이것은 전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생존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수의 매장 운영을 중지했고 고위험군으로 지정된 뷔페식당은 방향을 찾지 못해 10개월이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직원의 빈자리는 그 업무를 누군가 감당해야 했고, 그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순화와 효율성이 절실했다.
적은 인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 이외에는 가능한 시스템을 활용했다. 결제는 카드와 온라인으로만 처리하면서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해 매출신고를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포스와 앱을 활용해 일일 마감정산도 없앴다. 또한 각기 다른 업무의 부서를 협조체제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스스로도 경영자로서 해야 할 외부업무는 축소하고 아침 낙엽청소를 혼자 하면서 이제는 잔디 깎기도 도전해보려 한다. 낙엽청소가 깨끗하게 이뤄지니 덩달아 연못의 물도 쉽게 탁해지지 않고 오랫동안 깨끗함을 유지하게 됐다. 기본의 철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작은 실천이었다.
정원 내에 있던 식당은 제주 통갈치로 메뉴를 바꾸니 거래처도 줄고 근무인원도 적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확인하며 재정비를 했다. 청소관리와 정원관리를 위해서는 무선충전장비를 활용해 ESG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원의 기본 틀만 빼놓고 사실상 모든 것을 바꿨다. 그렇다고 마냥 단순화하고 줄이기만 하지는 않았다. 관람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정원에 활기찬 변화를 주기위해 향나무정원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동안 아킬레스건 같았던 매표소 화장실도 장애인 겸용 화장실로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했다. 변화는 언제나 고통 속에서도 역동적인 반전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포기에서 시작됐다. 내려놓음에서 시작된 정원의 새로운 시스템을 이제는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언제나 사람은 생각을 바꾸고 행동이 따라야 하기에 경영자는 앞서서 뛰어야 한다. 그다음 경영자의 심정과 뜻이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이 조금씩 이뤄지면 선공후사(先功後謝)에 대한 생각을 고민해 볼 때다. 이 생각들이 조화로워진다면 정원의 미래는 아주 오랫동안 탄탄하게 갈 것이다. 혹독했던 코로나19였지만 한편으로는 정원에 큰 선물을 안겨주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충격이 아니었다면 분명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의 30주년을 맞이하며 더욱 견고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고난이 내게 유익이었다는 말씀도 되새겨 보게 된다. 감사하다.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