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5)성평등 규약과 환경 규약

[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5)성평등 규약과 환경 규약
마을 세대주 중심 의사결정 한계 탈피 "우리도 주민"
  • 입력 : 2022. 06.29(수) 19: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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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는 마을운영규약에 '환경권'을 권리와 의무사항으로 포함했다. 김녕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지질트레일을 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8개 마을서 성평등 규약 시범마을 사업 추진 성과
마을 난개발 견제·미래 위한 환경 규약 논의도 확대


제주지역 약 203개 마을운영규약은 대부분이 1970~80년대에 만들어져 변화한 시대와 사회 분위기, 이주민 유입 등 마을 구성원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체된 한계가 있다. 특히 마을 구성원 간의 성평등 관련 규약과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생태 환경 규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제주지역 성평등마을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성평등마을의 개념은 '여성과 남성이 가정·지역사회·사회 전반에 걸쳐 동등한 파트너라는 개념에 기초해 새로운 가치로서의 실천적 의미를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민 생활공간인 마을은 전통과 관습의 영향으로 남성 중심의 경제·사회적 권리 구조가 남아있고, 세대주 중심으로 주민 자격과 참정권을 제한하는 등 남성 중심적인 마을 의사결정체계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주민의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도 의견 반영의 한계가 있어 여성들이 민주적으로 발언할 수 있도록 마을운영규약 등에 그 내용을 담고 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제거해 성평등마을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총 8개 마을에서 제주여민회와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제주연합회와 함께 성평등 규약 시범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시범마을은 이장과 부녀회장, 부녀회원 2명으로 TF팀을 구성하고 주민 권리, 주민 의무, 임원 조직, 의결권·선거권 평등 등에 대한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 조항을 만들었으며, 2021년 9월 기준 대정읍 신도3리, 신도1리, 한림읍 한림3리, 안덕면 대평리가 양성 평등한 권리 혹은 여성비율 30% 이상 등의 내용을 반영해 마을 규약을 개정했다.

제주여성연구원은 성평등마을 조성의 방향성으로 ▷민주적 마을운영 시스템 구축 ▷마을공동체와 주민 역량 강화 ▷여성친화적인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 조성 ▷공동체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제언했다.

마을의 경관과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규약 관련 논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2020년 제주연구원의 '제주지역 마을운영규약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마을운영규약에는 '환경권'을 리민의 권리와 의무사항으로 정해 쾌적한 생활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와 청정한 마을환경을 보전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마을 내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환경권을 지키려는 시도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는 세계자연보호지역으로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마을규약을 개정하며 환경 보전 내용을 넣고 실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마을 환경 정화와 보전부터 마을 목장이나 숲 등 마을 자산을 환경적인 부분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는 방향의 규약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개발 행위 시 사업자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을과 협약을 맺고 주민들이 모니터링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하는 것이 좋다"며 "행정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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