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우연히 읽은 기사에서 유대인들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인식하고 성인식을 한 12~13세 이후에는 하느님과 독대할 수 있는 독립된 존재로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종교를 떠나 어린 자녀를 부모와는 독립된 별개의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 그 자체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글을 읽으며 문뜩 지역정치와 행정에서 주민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궁극적 질문은 이러하다.
"우리는 지역의 주민을 자신의 지역을 위해 스스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가?" 이 질문의 주어인 '우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최고 수장인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한 행정가, 고위 공직자, 지방의회 의원, 일선 행정서비스 담당자까지 대입할 수 있다. 과연 이들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존재라고 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와닿은 것이다.
|"민선8기서 최종적이면서 완결적인 논의 이뤄져야"
이러한 질문이 떠오른 이유는 흔히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은 제대로 알 수 없는 전문가적인 영역이 있다는 말을 쉽게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의한 결정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도출해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또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그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 대상, 즉 지역주민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들의 이해와 수용을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고, 그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뜻을 제대로 행정에 전달할 수 있는 정책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그들의 삶터, 그 곳에서 가장 가까운 범위 내에서 정책이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진짜 '자치'이다.
그러나 지금 제주의 정책결정의 당사자인 주민의 범위는 너무 넓고 크다. 모든 도민이 이해관계자이고, 모든 도민이 지역주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부와 서부, 산남과 산북 등 이해관계의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을 수밖에 없고,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내기가 너무 어렵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과 관련된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한 첫 시작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다. 하나의 광역행정체제가 아닌 과거 4개 시군 체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부활돼야만이, 제대로 된 주민에 의한 정책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민선 8기에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최종적이고 완결적인 논의이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의정활동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 다짐한다. <강철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