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찌는 듯한 더위도 다가오는 가을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이나 반가운 요즘이다. 5.16도로의 나무들은 초록의 옷을 벗어던진지 오래고 귤밭의 귤들도 조금씩 노란빛을 띠어가며 이렇게 가을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늘 귤밭과 함께였다.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는 인고의 과정을 거치고 맛보는 귤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유일하게 아낌없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먹는 추억의 맛과 밖에 나가면 온통 주황빛으로 수놓아진 감귤의 물결… 그렇게 나의 어린 시절은 늘 귤과 함께였기에 지금 어느덧 내 나이에 생각해보니 귤은 그리움과 추억의 짝사랑 상대였나보다.
지구 온난화로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때 제주도에서도 탄소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전국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너무 잦은 출력제어를 하고 있다는 것과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수요·공급 불일치 등 이유 태양광발전 잦은 출력제어 재생에너지 연구 등 고민을
그런데도 지난 8월 말 남원읍 수망리에 마라도 3배 넓이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조건부로 의결이 됐고, 2012년 가파도에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 일환으로 풍력발전기가 세워졌으나 실패를 경험하고도 다시 태양광발전으로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풍력은 제주 에너지공사의 심의·의결사항이지만 태양광발전은 정부에서 관여하기에 진정 제주도의 자치권은 어디 있는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경제의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가지고 연구중에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경제성 확보가 큰 과제로 주어지는 듯하다. 그러기에 더더욱 재생에너지의 속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신문에 눈에 띄는 댓글이 있어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재생에너지가 탄소중립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가져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순간부터 탄소중립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설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먼저 알려야 한다. 설치 후에도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환경훼손과 공공재의 사유화, 경관의 사유화, 효율성 등 많은 문제를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력제한으로 이어져 사업자의 원망을 낳고 있지만, 이는 사업자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정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가 되려면 기초부터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제주도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으로 잠식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고, 어린 시절 길가마다 주황빛으로 물들어 예뻤지만 사라져 가는 '귤림추색'이 이 가을에 더 선명하게 와 닿는다. <강하영 제주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