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서울과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기념식에서는 수교 이후 양국 관계 발전을 축하하면서 향후 30년 역시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가기로 합의했고, 특히 정재계 인사들은 경제협력 확대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해나가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기념식에서 쏟아져 나온 풍성한 덕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30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실로 한중수교 이후 한중 간 경제교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과 중국의 GDP는 각각 5배와 35배 이상 폭등했고, 한중교역도 47배나 증가하면서 현재 중국은 한국 수출의 1/5 이상을 점하는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런 경제성과와는 달리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미중 패권경쟁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는 홍콩과 대만, 신장지역과 관련한 문제 및 대외적으로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일대일로 연선국가들과의 잦은 마찰 등을 야기하며 대내외적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0월 16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 주석의 집권 3기가 공식적으로 천명되는 회의로 지난 30여 년간 정착된 10년 임기인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권력 교체 전통을 깨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강군 전략이나 전랑(戰狼)외교가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더불어 대만해협 및 한반도 주변에 격랑을 예고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시진핑 주석 3연임이 국내외에 미칠 파장은 이미 언론에서 수차례 언급돼 왔지만 비우호적 미중관계의 여파 속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비교적 적은 듯하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은 한미동맹이 우선하고, 북미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 또한 북중 동맹관계 때문이라는 것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국제정치적 상황은 남북관계에도 경색될 수밖에 없다. 향후 한미동맹 강화가 안보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까지 확대되고, 칩4 동맹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 개편으로 새롭게 정비되는 경제 질서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강화된 연대가 불가피함에 따라 결국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중국의 대(對)동아시아 전략이 우리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은 우리에 대한 전랑외교를 더욱 거세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는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더군다나 곧 있을 중국 제20차 당대회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동안 한중관계가 중국의 정치 일정에 맞춰 구성된 지도부의 성격에 따라 부침을 보여왔던 점을 상기해볼 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전략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를 향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일컫는 외교, 즉 주변국 외교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활용하며, 절충점을 찾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한동균 한남대학교 중국경제통상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