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과 기름값이 치솟으며 경영비용이 급등하자 도내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사진은 조천읍 신촌리 한 화훼농장.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23년째 화훼 농사를 하고 있는데, 겨울 농사가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입니다. 겨울백합을 계속 재배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감귤·화훼농가 경영비용 추가되며 부담 커져농가 "연료비 등 한시적인 지원책 마련 절실"
8일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9917㎡ 규모의 화훼농장을 아들과 함께 운영하는 현경익(60)씨가 수확한 겹백합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훼 수요가 줄어든데다 치솟은 연료비에 경영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는 기후가 따뜻해 겨울에 백합이 생산된다. 그가 재배하는 겹백합의 경우는 온실용 온풍기를 이용해 15℃ 이상 시설 온도를 높여야 하는데, 유독 이번 겨울은 추운 날씨가 많았고 2배나 오른 등유값에 난방을 돌리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닐수 없다. 치솟은 기름값에 시설 절반을 전기 난방으로 바꿨지만 농사용 전기요금마저 30% 이상 오르면서 오히려 경영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전기요금과 기름값이 치솟으며 경영비용이 급등하자 도내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화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동규씨가 겹백합을 수확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옆에 있던 그의 아들(30)은 "지난해 11~12월 전기와 등유 등 난방비가 약 2300만원이 나왔는데, 전년보다 2배 넘게 올랐다. 겨울 농사를 짓는 농가들 중에 연료비가 부담돼 화훼에서 감귤 등으로 작목 변경하는 곳도 여러 있다"면서 "제주 백합은 일본에 수출하고 있지만 현재 일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좋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한시적으로나마 난방비로 힘겨워하는 농가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화훼 농가는 2019년 133곳에서 2020년 124곳, 2021년 115곳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조생온주를 시설 재배하는 농가도 연료비 부담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박모(78)씨는 매년 6~7월 감귤 수확을 위해 전해인 11월부터 시설 난방을 시작하는데, 크게 오른 등유 가격에 올해 연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아 걱정이다.
그는 "감귤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기 위해 25℃에 맞춰 시설 난방하고 있는데, 보통 한해 4만 리터(ℓ) 정도 사용해 약 2500만원이 든다"며 "등유(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2년 전에는 리터당 600∼700원 정도 였는데 지금은 1200원으로 올라서 올 한해 난방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겨울 농사를 하는데 있어 난방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생명인 시설 농가들이 치솟은 난방비로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