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시 연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약속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출근할 때 도시락을 싸고 다닌다. 갈수록 오르는 외식비에 점심식사 값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했던 점심시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매일 한끼에 대략 1만원 가까이 쓰는 점심값에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어 어쩔수 없이 이같은 선택하게 됐다.
그는 "요즘 1만원으로 점심 사먹는 것도 어렵다. 주변에도 점심값 부담에 혼자 나가서 점심을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며 "월급은 제자리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하루하루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덩달아 오른 점심값에 도내 직장인들의 부담이 여전하다. 물가가 계속 뛰면서 주요 외식품목 가격도 줄줄이 올라 직장인들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제주지역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21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반면 물가 수준을 반영한 1인당 월평균 실질 임금은 29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실질 임금은 명목 임금 총액에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임금을 말하는데, 근로자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더 오르면 실질임금이 오히려 줄어들어 근로자의 실제 구매력이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식비 관련 물가 상승은 각종 통계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의 지난달 도내 외식비 가격동향을 보면 1인분 기준 삼계탕 가격은 평균 1만4250원으로 1년 사이 7.5% 올랐다. 칼국수는 9500원으로 1년 전보다 11.8%, 자장면은 6750원으로 12.5% 각각 상승했다. 비빔밥은 9250원으로 8.8%, 김치찌개 백반은 8750원으로 7.7% 각각 뛰었다. 김밥 가격은 3000원으로 9.1% 올랐다. 삼겹살 가격(200g)은 1만6500원으로 1년 전보다 8.2% 상승했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최근 자사 서비스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점심값 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제주지역 평균 식대 결제금액은 9037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522원)보다 6.0% 올랐다. 이 기간 16%나 오른 전국 평균 가격(9633원)보다는 낮았고, 전국에서는 서울이 9180원에서 1만2285원으로 33.8%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