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전경.
[한라일보] 요즘 '제주 항공권'을 놓고 말이 많다.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에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권을 구하기 힘든데다 가격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항공 좌석난과 비싼 항공료는 매년 반복되는 문제인데, 이번에 유독 논란이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늘어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항공사들이 국제선 증편에 나서면서 수개월째 국내선 운항 편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운항 편수는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달간 2900편 넘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운항 편수와 함께 공급 좌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겨울·봄방학 등 겨울 여행 수요가 맞물리며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좌석 구하기가 힘들고 항공권 가격도 올라 섬 특성상 비행기와 배를 이용해 뭍나들이에 나서야 하는 도민들의 불편이 커지게 된 것이다.
▶해외여행 본격 재개된 이후 계속 감소=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된 이후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운항 편수는 얼마나 줄었을까. 지난해 운항 편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증가했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이후 최근 4개월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22일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의 '제주공항 항공수송실적' 자료에 따르면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운항 편수는 2019년 15만7830편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13만6349편으로 줄었지만 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자 항공사들이 국내선 노선 확장에 나서며 2021년 16만1719편, 2022년 17만1754편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해외 하늘길이 열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운항편수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지난해 10월부터 1만5146편, 11월 1만4285편, 12월 1만3086편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월 0.4%(55편), 11월 2.5%(361편), 12월 12.0%(1781편) 각각 줄었다.
공급 좌석도 지난해 10월 295만6800여석, 11월 269만9200여석, 12월 245만1600여석으로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월 0.3%(8000여석) 증가한 반면 11월 3.4%(9만4000여석), 12월 14.4%(41만3000여석) 각각 줄었다.
올해 1월에는 국내선 운항편수가 1만3429편으로 다시 소폭 올랐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7.8%(1138편) 감소했다. 공급 좌석(250만6300여석)도 1년 전과 비교하면 9.7%(27만700여석) 줄었다. 항공사별 운송률은 저비용항공사가 67.9%로 가장 높았고, 대한항공 17.7%, 아시아나항공 16.9%로 뒤를 이었다.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제주항공 17.5%, 진에어 15.2%, 티웨이 16.0%, 에어부산 10.7% 등 순이었다.
▶비싼 항공료에 부담 커진 도민들=항공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항공권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항공사들은 정해진 상한선 내에서 수요에 따라 할인율을 조정하는데, 공급 좌석을 채우기 위해 실시간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변동된다.항공사들은 보통 특가, 할인, 일반 운임으로 구분해 항공권을 판매한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일반 운임보다 저렴한 특가, 할인 운임 좌석 예약이 일찍이 매진되면서 가격이 높은 일반 운임 또는 제주 노선 탄력할증운임이 적용돼 제주에서 다른 지역을 오고가야하는 도민들의 항공료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이달 기준 제주~김포 노선 편도 일반 운임이 선호 시간대 주중 10만원대, 주말 11만원대이고, 탄력할증운임은 13만원대였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제주~김포 노선 편도 일반 운임이 주중 8만원대, 주말 10만원대이고 탄력할증운임은 12만원대였다. 일반 운임은 기본 운임에 유류할증료(1만3200원)와 공항시설 사용료(4000원)가 포함된 총액이다.
다른 지역에 일을 보러 가야하는 도민들이 특가, 할인 운임 좌석을 구하지 못하면 왕복 기준으로 주중에는 16만원~20만원, 주말에는 20만원~26만원의 항공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민 김모(36)씨는 "아이 병원 진료 문제로 서울에 갈 예정인데 특가, 할인 항공권이 이미 매진된 상태여서 일반 운임 항공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주 목요일에 올라가서 토요일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짜려했지만 주말 항공요금이 너무 비싸 가족 4명 편도 기준으로 50만원 정도 더 써야해서 계획을 포기하고 당일치기 일정으로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항공 요금이 비싼 것도 문제이지만 급히 다른 지역에 가야하는 도민들이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고 덧붙였다.
▶항공사별로 공급 좌석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같은 항공 좌석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항공사별로 공급 좌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항공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의 경우는 소형 항공기를 중대형으로 변경해 공급 좌석을 늘리기도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는 상대적으로 그럴 여력이 안돼 힘든 부분이 있다"며 "봄방학 시즌 등이 겹치면서 최근 좌석난이 심화됐는데, 3월부터는 이러한 문제들이 서서히 풀릴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노선 좌석난 심화에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제주 노선(김포·부산)에 임시편을 각각 111편, 108편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좌석난이 풀릴 것으로 보고있지만 중국 단체 관광 재개 등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다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비싼 항공요금에 좌석난까지 겪은 도민들이 제주 하늘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는 조만간 각 항공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도민에게 안정적으로 항공 좌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