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낮춘다며 무 무관세에 "농가만 피해" 불만

물가 낮춘다며 무 무관세에 "농가만 피해" 불만
정부, 값 오른 무 등 7개 품목 5~6월 관세율 인하
제주 농업계 "생산비 급등 감안 않은 처사" 지적
  • 입력 : 2023. 04.06(목) 18:18  수정 : 2023. 04. 09(일) 10:49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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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정부가 서민들의 먹거리 부담을 줄인다며 5월부터 6월 말까지 무 등 7개 품목에 할당관세(0%) 카드를 꺼내들면서 제주지역 무 농가 등 농업계가 농산물을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몰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관세장벽이 낮아지면 수입산이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물 가안정을 위해 5~6월에 무 등 수요가 많은 7개 품목의 관세율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와 대파·닭고기·명태 등 4개 품목은 물가안정 품목이고, 칩 제조용 감자·냉동꽁치(갈치조업 미끼용)·종오리 종란(오리 사육) 등 3품목은 농어가의 생산활동 지원을 위한 관세율 인하다.

무는 현행 관세율이 30%인데 이 기간에 수입되는 모든 물량에 0%의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또 현행 관세율이 27%인 대파는 5000t까지, 20~30%인 닭고기는 최대 3만t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토록 했다.

정부는 "무는 지난 1월 제주지역 한파로 3~6월 출하량이 평년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수입무 가격도 평년보다 40%가량 높아 가격안정을 시급히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관세인하 정책에 대해 제주 월동무 농가들은 농업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시기 월동무 가격이 계속 좋지 않다가 올해 1월 한파 피해로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작년보다 올랐다고 관세율 0% 적용은 납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비료 등 자재값과 인건비 등 급등한 생산비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물가만 고려한 처사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출하가 시작된 2022~2023년산 제주산 월동무는 30만5000t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36만t이던 생산예상량은 올해 1월 한파로 1000㏊ 안팎 면적에서 언 피해가 발생해 생산량이 줄었는데, 현재 수확작업은 90% 가까이 마친 상태로, 이달 중순까지는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저장 월동무는 오는 6월까지 전국 시장에서 유통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주산 월동무 5000t을 수매한 데 이어 5월 이후 수급물량 부족에 대비해 지난 3월 추가로 2000t을 추가 수매해 최근에도 수매물량이 일부 시장이 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무 무관세 방침에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은 "현재 저온저장창고의 월동무 저장량이 많고, 정부에서도 제주산 월동무를 수매해 비축해놓고 있어서 당분간 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다고 무에 무관세를 적용한다는 논리인데, 자재값과 인건비가 올라 어려움을 겪는 농가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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