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오늘 금 시세가 얼마예요?"
10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의 한 귀금속 매장. 문을 열자마자 손님 한명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봉투에 담아온 귀금속을 하나둘씩 저울 위에 꺼내놓았다. 주부 강모(50)씨는 "평소에 안전자산으로 금을 사두었는데,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팔려고 나왔다"며 "작년에 구매한 골든바부터 끊어진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집에 있는 귀금속을 대부분 갖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뒤이어 40대 초반의 한 남성이 매장으로 들어와 1돈짜리 돌반지를 꺼내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돌반지를 간직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면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내놓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며 "외벌이에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경제적 부담이 있어 어쩔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제주지역에서도 금붙이를 사려는 사람보다는 내다파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불황 속에 보유하고 있던 돌반지, 결혼반지 등 집에 묻어둔 금을 내다파는 사람들부터 안전자산으로 투자한 만큼 거둬들이려는 사람들까지 사연도 풍경도 다양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전 거래일보다 1.77% 줄어든 1g당 8만4800원에 거래됐다. 지난 7일에는 1g당 8만6330원에 거래돼 2014년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기준 한국금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국내 금시세를 보면 소비자가 순금 1돈(3.75g) 을 사려면 36만1000원이 들고, 순금 1돈을 내다팔면 3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도내 한 귀금속 도·소매점 관계자는 "금값이 연일 오르면서 3주 전부터 하루에 1㎏씩 사들이고 있는 만큼 금을 내다파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경기 속에 생활비 등 자금 마련을 위해 금을 내다파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순금 1돈을 사려면 10년 전보다 50%나 비싸 결혼 준비를 앞둔 예비부부 등 손님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금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금은방들도 장사가 안돼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