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글은 32년 만에 전부 개정돼 2022년 시행된 지방자치법 제1조의 내용을 요약 제시한 것으로, '주민주권 구현'을 새로운 지방자치의 목적으로 정립했다.
주인으로서 주권의 행사는 '참여'를 전제로 하기에 이를 위한 수단으로 주민조례발안제, 주민참여예산제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법적 제도 이외에도 주민들이 참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의 대표적 사례로는 2015년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 과정에서 도민계획단을 구성하여 제주의 새로운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을 선정한 것이 있다. 당시 도민계획단 100명과 청소년 계획단 22명을 구성해 총 7회의 회의를 거쳐 제주의 핵심가치를 정했다. 이후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서는 154명의 도민참여단을 구성해 총 5회의 회의를 통해 핵심가치와 비전을 설정했다.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조사는 제주도민 3000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명의 도민참여단을 구성했고 '개설 불허'를 권고했으나, 정책결정권자가 최종 '불수용'한 바 있다.
이러한 도민참여단 활용은 민선 8기에서도 지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에서도 300명의 도민참여단을 구성·운영할 예정이고, '도민 경청회'라는 이름으로 총 48회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5분 도시 제주 기본구상' 연구에서도 205명의 도민참여단을 구성했고, 15분 도시의 현안 이슈 및 미래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지역의 중요 계획의 수립과 정책결정 과정에 필수적으로 '도민참여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규모 또한 2015년 100명을 시작으로 300명까지 커졌다. 그러나 도민들이 결정한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은 사라졌고, '국제영리병원 개설 불허'는 최종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의 민선 8기 도민참여단 운영 결과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기에 단순히 '운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면피용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도민참여단의 뜻이, 곧 제주도민의 뜻이 되기 위해, 지역별·성별·연령 등 대표성을 갖춘 인원 구성은 필수적이며, 논의의 처음과 끝까지 과정의 투명성 확보도 잘 챙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민참여단의 결정 사항을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그대로 수용한다는 확답을 통해 결과의 수용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거돼야 한다. 도민참여단 운영 자체가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수단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권 제주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