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미술 기록의 수집과 보존

[김연주의 문화광장] 미술 기록의 수집과 보존
  • 입력 : 2023. 05.09(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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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지난 4월 개관했다. 제주도에 미술아카이브가 생기길 바라고 있었기에 무척 부러운 일이었다.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대상은 무척 광범위하다. 미술관이 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한다면 미술아카이브는 미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수집한다. 작품과 관련한 스케치, 모형, 작가 노트, 참고 자료뿐만 아니라 작가와 관련한 책, 수첩, 편지, 앨범, 음성 파일 등이나 전시와 관련한 포스터, 엽서, 도록, 사진, 비평문, 기사 등도 미술아카이브의 수집 대상이다. 또한 미술아카이브는 비평가, 큐레이터 등의 개인, 협회 등의 미술 단체, 미술관과 같은 기관의 기록물에도 관심을 두고 수집한다.

미술 작품 이외의 이러한 미술 기록을 수집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우선 미술 작품의 의미를 더 잘 파악하게 하고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미술 작품을 역사, 문화, 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집된 기록물을 바탕으로 미술 작품 연구가 활발해질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미술계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 또한 일반인도 다양한 자료에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술에 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고 그만큼 미술애호가가 늘어날 확률도 커진다. 마지막으로 하나면 더 언급하자면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유산을 미래에 전달할 수 있다. 이렇듯 아카이빙은 단순히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관만 하는 일이 아니다. 동시대인뿐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향해서도 소통하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뉴욕현대미술관과 게티미술관, 영국의 테이트갤러리 등 해외 주요 미술관들은 이미 1970~80년대부터 미술아카이브를 구축해 충실히 미술 기록을 수집해 오고 있다. 2000년에 설립된 홍콩의 AAA(Asia Art Archive)와 같이 미술관 소속이 아닌 독자적인 미술아카이브도 생겨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미술아카이브협회의 활동도 활발하다. 국내의 경우에는 첫 미술아카이브가 1999년에 민간에서 설립됐다. 미술비평가 이규열의 기증이 계기가 돼 삼성미술관에서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미술아카이브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5년에 공공기관인 인사미술공간이 아카이브를 만들면서 국내 미술계에도 아카이브 개념이 확산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 미술연구센터를 설립해 미술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제주도에서는 2020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역미술관 협력 사업인 '지역미술관 아카이브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아카이브 구축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이제는 이러한 일회성 사업을 넘어 제주도에서도 체계를 갖춘 미술아카이브를 시작해야 한다. 제주도 미술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재원을 마련하자. 미술아카이브 구축으로 제주도 미술계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그 가치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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