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들불축제는 2021년 문화관광축제로 개최됐으며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K-컬쳐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이 인정한 문화관광 축제다.
초창기부터 10여 년 이상 직·간접적으로 들불축제에 관여해 온 필자는 올해 들불축제를 바라보며 지금껏 가져온 자긍심이 무너졌다. 국내서 대형산불이 빈발함에 따라 산불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축제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국내·외 초청 인사와 관광객을 초대해 놓고 광장에 준비한 달집 하나 태우지 못하는 등 축제 성공을 위한 사명감과 소신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고(故) 신철주 군수가 국내·외 정월대보름 축제 행사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얻고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도내 목축 세시풍습인 촐왓 가두기와 목장에 불을 놓는 방애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국내 유일의 '불'을 테마로 하는 축제로 창안한 것이다.
첫 3년간은 일정한 개최지 없이 마을공동목장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다 교통여건과 기반시설 확충이 가능하고 임목지와 떨어져 안전한 새별오름을 최종 선택했다.
제주의 368개 오름 중 새별오름은 지목이 목장용지이고, 한라산 국립공원과 원거리에 있으며, 산림 인접지역 이달봉과 100m 이상 떨어진 남쪽 방향 일부분에 불놓기를 재현하고 있어 산림보호법상 크게 저촉을 받지 않는 축제의 합목적성을 갖춘 유일한 오름이다.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를 개최한 이후 매년 30만명 안팎의 인파가 몰리고 수백억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대규모 축제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2013년부터 축제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개최시기도 3월로 바꾼 것은 당초 축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산불 특별대책 기간을 앞두고 개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최근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탄소배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 그리고 봄철 산불로 인해 많은 지역이 피해를 입는 시점에 불놓기 축제를 한다는 우려의 의견들이 많다는 점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불놓기 면적 등 과장된 문제 제기에 대한 해소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들불축제는 목축을 위해 풀을 태우는 의미만이 아니라 도민통합과 관광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축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하는 대형 불꽃놀이 축제나 강원도 산천어 축제와 비교해서 제주들불축제가 환경적 관점이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안전성에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최시기와 생태보존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더욱더 좋은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태민 제주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