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목 제주지방기상청장.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2023년은 제주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이다. 이는 부산과 서울에 이어 전국 세 번째 기록이며 6·25 전쟁 등으로 인해 관측이 중단됐던 지역도 있어 10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씨를 관측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전재목 제주지방기상청장을 만나 제주기상 100주년의 의미와 제주기상청의 역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 청장은 "먼저 제주기상 100주년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라며 "제주지방기상청은 도민의 입장에서 수요자 중심의 기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100주년을 계기로 더욱 발전된 기상·기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예보관 출신인 전 청장은 이전에도 제주에 5년가량 근무하며 제주에 대한 애착과 제주 날씨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예보관 시절 개인적으로 제주의 날씨를 많이 기록했다. 언젠가 책으로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후배들에게 예보 노하우를 전수해 주려고 시작한 작업"이라며 "한라산에 눈 구경을 하기 좋은 때는 언제인지, 무지개나 낙조를 관찰하기 좋은 날씨 등 재미있는 요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있다. 이런 환경적 영향 때문인지 그 어느 지역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제주도민의 일상과 날씨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전 청장은 "제주는 해양과 산악이 혼재돼 있어 동서남북 지역별로 날씨가 다르고 고도별로도 다른 특징을 보인다"며 "그만큼 날씨를 예보하고 분석하는 일이 어렵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예보 기법을 개발하고 있어 기상 예보관들에게 제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지역에 특화된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레길 날씨 예보나 중산간 기상특보 구역을 분리해 조금 더 세밀한 예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을 위해 시기별 기후값을 제공하는 '농민 달력'도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제주지방기상청은 양돈장의 악취 저감을 위해 날씨별 작업을 관리할 수 있도록 양돈장 악취 문제 연구하고 있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도로에 안개나 적설 등 도로 기상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며 밭작물 기상정보, 월동채소 기상정보, 어선 안전을 위한 해양 기상정보, 엉또폭포·사라오름 등 관광지 기상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의 업무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고 하자 전 청장은 "날씨와 관련해 안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관측한 오늘의 제주 날씨는 역사의 기록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도민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 청장은 강조했다.
그는 "제주의 다양한 날씨 정보를 관광, 농업 등과 매칭시키고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산업과 협업하기를 바란다"며 "100년의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기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지방기상청은 도민이 원하는 정확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며 도민의 삶과 함께할 것이며 한라산의 일조·일사 등을 연구해 기후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