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다음 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계획이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면 7월쯤 방류하게 된다. 원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국가들의 모임인 IAEA는 사실상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냈기에 오염수 방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내 수산업과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게 극명하다. 지리적 여건상 일본과 가깝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오염수 근접이 빨라 타 지역보다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 감소액은 연간 448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관 산업인 관광산업 소비액까지 25% 감소해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수산업계는 이미 수산물 소비위축이 시작됐다며 정부의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수산제조업 분야는 유급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지난 21일부터 5박 6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문제는 오염수 실태를 검증하고 조사하는 검증단이 아니라 시찰단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조사와 검증이 아니라 육안 관찰에 그쳐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시키고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정부는 현장 관찰과 확인으로 안전성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시료채취나 바다 생태계에 대한 생물학적 영향조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애당초 검증 범위를 한정시킨 것이다. 민간전문가를 시찰단에서 배제시킨 것도 방류를 전제로 한 요식행위 시찰이라는 비판이다. 정부 측 전문가로만 구성된 시찰단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염수 방류를 담당하는 일본 주무 장관은 시찰단의 목적이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확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만 검토하고 제한된 구역만 시찰하면서 일본의 일방적 설명만 듣는 시찰이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시찰단 활동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들러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방사성 원소인 세슘-137보다 더 인체에 해롭다고 경고했다. 어패류 섭취 등으로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건강·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시찰단 방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 실질적인 검증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을 때 시찰단은 국민적 저항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대용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