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감귤 꽃향기를 간직하고 살자

[이성용의 목요담론] 감귤 꽃향기를 간직하고 살자
  • 입력 : 2023. 06.29(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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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10여 년 전쯤에, 누군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툭 던졌다. "5월의 제주는 지천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가득한데, 꼭 천리향 같은데 천리향이 주변에 많이 심어져 있나요?" 라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바로 귤나무의 감귤 꽃에서 사방으로 번지는 향기였다. 지금이라면 자세히 그리고 친절히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울 따름이다. 제주의 감귤 꽃은 2주일 정도 피는데, 같은 귤밭에서도 나무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고, 인근의 귤밭마다 개화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5월의 제주는 한 달 동안 감귤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 제주에서의 향기로운 꽃향기는 제주 사람들에게 감귤 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는 즐거움을 주는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준다.

봄에는 유채꽃이 노랗게 피어나 향기로운 제주의 봄을 이끌고, 유채꽃이 지는 시기부터 하얀 감귤 꽃들이 제주를 향기롭게 한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여름에는 제주의 밭담과 어우러진 메밀들이 꽃을 피우고 이를 사람들이 사진으로 남기고자 하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제주의 향기를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본다. 잠깐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이것을 잘 기억하고 간직하게 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23년 초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전국적으로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제주에서도 많은 분들의 기부를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부한 사람들에게 기부한 지역의 특성과 기부하신 분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답례품에 대해 고민하고 기부금을 보내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감귤, 제주화장품 등을 보내주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제주의 향기를 항상 간직할 수 있도록 감귤 꽃 향수를 추가로 포함하기를 제안해 본다. 현재는 감귤을 생과일로 보내주고 있는데, 보내는 과정이나 상황에 따라 상할 수도 있고, 연중 특정 시기에만 제공이 가능한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생과일 대신 감귤 꽃 향수를 만들어서 품질관리만 잘하면 1년 내내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를 사랑하고 기여하고 싶은 분들이 제주에 보내주는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이 제주를 기억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감귤 꽃 향수는 단순한 답례품을 넘어서 제주의 향기를 항상 간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의미 부여가 가능할 것이다. 내년 5월이면 제주 전역을 향기롭게 해주는 감귤 꽃향기를 우리들은 일상에서 접하고 만끽할 수 있다.

제주에 살고 있는 도민들과 살지는 않지만 관심이 많고 그리워하는 분들이 제주를 항상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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