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주민 불편 강권하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김명범의 월요논단] 주민 불편 강권하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 입력 : 2023. 08.28(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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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00년대 후반부터 부산 북항을 시작으로 낡고, 역할이 축소된 전국 19개 항만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 도시재생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자본논리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해양관광 위주의 획일적 개발, 미흡한 재정확보, 비효율적인 사업 추진체계, 주민 배제로 인한 갈등 양산 등의 문제점이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항만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사업부지 내 45년 된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 상상플랫폼으로 탈바꿈했고, 1·8부두를 해양 문화 친수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계획이 가시화 되고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항 일대 개발을 통해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논란의 내용인즉, 해당 사업의 핵심지역인 내항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지역사회의 합의된 여론이 있었는데 인천시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잘 진행되던 도시재생사업까지 중단하면서 전면 개발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천시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르네상스'라는 부동산 개발의 상표를 붙일 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부흥시키는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이 7년 만에 재개되고 있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은 당초 사업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됐고, 예산도 반 토막 났다. 물동량 집중으로 선석 부족 문제가 발 등에 불 떨어진 것 같은 제주도정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달 건입동 주민 대상으로 열린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요식행위로 치부하는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주민들은 빨래를 내다 말릴 수 없을 정도로 제주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매연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출퇴근 시간 때 제주항에서 쏟아져 나오는 화물차량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소음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사라봉 오거리에서는 화물차 전도사고, 적재물 낙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안 매립으로 악취 등 환경오염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럼에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어디에도 이 문제에 대한 저감 방안은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배후지역 환경영향조사도 통째로 누락됐다. 특히 당초 계획에 포함돼 있던 제주외항에서 화북동을 연결하는 대체 도로 설치를 통한 교통량 분산계획은 증발해버렸다. 때문에 주민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추가조사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행정의 공염불을 믿는 주민들은 없어 보였다.

공항 소음지역의 경우 주변지역과 주민 불편 해소 재원 확보를 위한 법률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와 대비되게 지금껏 항만 배후지역 환경피해와 주민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전무했다.

바야흐로 철조망과 담장을 허물고 항만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는 마당에, 외항 2단계 개발도 중요하지만, 주민 불편이나 안전은 뒷전인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공항 주변지역에 준하는 수준의 항만 개발과 운영에 따른 미세먼지, 소음, 환경 개선 등 실질적 주민 보호·지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명범 행정학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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