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읽었던 데미안의 한 문장이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한 번쯤은 이 문장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청소년기는 더 이상 부모님의 품에서 안주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경제적으로 서서히 독립할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함으로써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탐구하며 자기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질문하는 것은 자아 정체성 형성의 출발점이며 청소년들은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다양한 경험과 합리적 사고를 형성하는 과정은 미래를 위한 큰 자산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래와의 관계 형성과 소통 능력 역시 청소년기에 성취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원받을 때 범죄, 중독 등의 사회적 문제 예방과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즐기고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다면 나날이 늘어나는 청소년 문제를 줄일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 및 예산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청소년들의 활동과 관련한 예산을 반영할 때 '라떼는 말이야' 시전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의 청소년은 과거 우리가 자랄 때와는 다른 문화와 환경속에 있다. 청소년 활동에 대한 예산과 지원이 뒷받침될 때 청소년은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자아정체성 형성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 청소년 활동프로그램 지원사업과 청소년 축제, 청소년 어울마당 등 청소년의 건전 성장에 꼭 필요한 예산은 효과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업은 아니지만 미래를 살아갈 오늘의 청소년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분명히 하리라 확신한다.
어미 품에 있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여린 부리로 안에서 쪽쪽 빠는 소리를 내면(啐) 어미닭은 품고 있던 알 속에서 병아리가 내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병아리가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데(啄)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을 일컬어 줄탁동시(啐啄同時)라 한다.
청소년들이 병아리처럼 사회로 나오려고 할 때 그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몫은 아닐까? 부디 청소년기가 짧게 지나가는, 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요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빼앗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하영 제주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