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현재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 적용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사망사고 또는 동일한 원인으로 2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중처법은 제정 당시부터 의무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준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인력 확보, 예산 수립, 유해·위험 요인 개선절차 마련·점검 등 지나치게 많은 관리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컸다.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제정했으나 정작 산재 사망사고는 늘었다는 통계도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현황에 따르면 2022년 사망자는 874명으로 법 시행전인 2021년 828명보다 46명 늘었다. 입법단계부터 허술했던 중처법의 한계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근로자의 과실 등 원인은 복합적인데 고의가 아닌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 중처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적용될 예정으로 미처 준비가 안 된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계류 상태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처법 적용 대비 준비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94%가 준비를 완료하지 못했으며 이 중 87%가 내년 1월 27일까지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안전보건업무 수행자 유무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응답 기업의 45%는 중처법이 배치를 규정한 안전보건 담당자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당장 확대 시행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데 중소기업의 준비상태는 너무나도 미흡하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처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건설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사고 조사를 위해 공사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불가피하게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기업은 폐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연계된 하도급사 등도 피해를 입게 되며, 지역 경제도 활력을 잃게 된다.
대다수가 법을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중대재해 예방이란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은 그 누구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유예기간을 2년을 연장해 중소기업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정부의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