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 갑진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다. 교수신문이 갑진년을 앞두고 작년말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0.1%(396표)가 견리망의를 선택했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의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야의 총선 후보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공천과정을 거론하는 것은 재탕, 중탕, 삼탕이어서 신선도도 떨어지고 맛도 없다.
선거판에 내놓을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논란은 불가피하다. 당의 간판을 달고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에 곡절이 있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당 공천의 역사는 이승만 정부 시기인 3대 총선(1954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제가 있기 전인 제1, 2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 당선자 각각 85명(198석), 126명(210석)일 정도였다. 1954년 이후부터 당 차원의 후보 정리와 선거 지원이 일반화됐다.
늘 그렇듯 여야 모두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깎아 내리는 것은 물론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다거나 침소봉대해 반사이익을 좇는 양상이다. 공정도 없고, 시쳇말로 혁신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여야의 공천이다.
공천이 진행되는 동안 상당수 유권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정당별로 적합한 후보를 알아서 뽑겠지라며 무심했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반전을 보였다. 여야 정당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커졌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가 증폭됐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올해 사자성어 ‘견리망의’가 딱 맞아떨어진다.
걱정이 앞선다. 이놈도 저놈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선택의 폭이 좁아짐과 동시에 권리를 포기하지나 않을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과 관련 외신 보도가 있었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히며 선거의 승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 모두를 싫어하는 '이중 혐오'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있었다.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다소 비약적일 수는 있지만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여야는 자당의 후보 선택을 희망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 중 가장 나은 인물이나 지지 정당의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도긴개긴'인 여야 정치권의 정치놀음에 식상한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선거일까지 채 30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선량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냐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얘기가 너무 상투적으로 들리는 게 현실이다. 결국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정치집단이나 언론보다 더 현명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조상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