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의료대란 지원 대책 또 소외… "해도 너무 해"

제주 의료대란 지원 대책 또 소외… "해도 너무 해"
진료협력지원금 도내 6개 종합병원 전부 배제
회송 환자 수가 인상해도 도내에선 쓸모 없어
"상급종합병원만 의료 공백 겪나" 볼멘소리
  • 입력 : 2024. 03.25(월) 17:33  수정 : 2024. 03. 26(화) 11:40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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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공백과 경영난에 부닥친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대책들이 상급종합병원(이하 상종병원) 위주로 시행되면서 상종병원이 없는 제주는 번번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도내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자 "해도 너무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는 지난 22일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국내 종합병원 100곳을 상종병원 진료협력병원(협력병원)으로 지정했다. 또 정부는 상종병원이 25일부터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면 양쪽 모두 1회당 9만원씩 '진료협력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상종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만 집중하고, 경증 환자 돌려보내며 발생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이번 지원 대책에서 모조리 빠졌다. 도내에 3차 의료기관인 상종병원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협력병원도 상종병원 전원 환자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해 지리적으로 먼 도내 6개 종합병원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주도가 상종병원에 한정된 이번 대책을 도내에서도 시행할 수 있게 그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도 관계자는 "도내에선 사실상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이 상종병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병원이 나머지 4개 종합병원에 환자를 전원할 경우 진료협력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대상을 확대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예산 문제로 '검토해 보겠다' 말만 했다"고 전했다.

'회송 환자 수가'(병원이 환자를 전원할 때 지급하는 비용) 인상도 사실상 상종병원만을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의료기관 경영난이 가중되자 회송 환자 수가를 지난 11일부터 150% 인상했다.

그러나 같은 '급수' 병원끼리 환자를 전원한 경우엔 회송 수가를 받지 못해 도내 의료현실에선 쓸모가 없다. 회송 환자 수가는 3차 병원이 2차 병원으로, 2차 병원이 개인의원과 같은 1차 병원으로, 각각 급수가 다른 의료기관끼리 전원할 때만 지급된다.

현재 도내 중증·응급 환자, 경증 환자 분산 이송·전원은 도내 6개 종합병원, 즉 2차 병원끼리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후 특정 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중증·응급 환자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으로, 경증 환자는 한국·한마음·중앙병원·서귀포의료원에 각각 보내는 것으로 비상 응급의료대책을 시행 중이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태 후 도내에서 환자 전원은 2차 병원끼리 이뤄지고 있는데 회송 환자 수가를 인상한다 한들(현 구조에선 받을 수조차 없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의료 공백 사태는 수도권 상종병원만 겪는 것이 아닌데도 왜 모든 지원대책이 상종병원 위주로 시행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규 의료진을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일부 진료 과목에선 (경증 환자 분산 이송으로) 인력이 남는 상황"이라며 "채용해도 단기간 근무 조건일텐데, 이런 조건을 보고 지원하는 의사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동안 수도권 상종병원 중심으로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다가 도 보건당국이 "제주에도 지원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하자 뒤늦게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에 총 5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집단 사직한 도내 전공의 140명 중 90% 이상이 두 의료기관에 몰려 있어 5명 파견은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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