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여성의원 수는 역대 최대인 60명으로 국회의 총 300개 의석 중 20%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당선과 비례를 통틀어서 5명에 1명은 여성인 셈이다. 20여 년간 매번 10%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가히 긍정적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9%에 아직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금융지주 사외이사 수에 따른 여성 비율이 30% 천장을 깼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만큼은 남성 편향 환경 속에서 유리천장을 깨기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성별에 대한 역할 구분이 명확한 사회였다. 과거 여왕의 등장, 수렴청정 등 여성 권력으로 정치의 핵심에 있기도 했지만 이건 역사적으로 아주 특별한 경우의 수이다. 수 천년을 거슬러 살펴볼 때 여성의 정치적 역할이나, 실생활에서의 습속 등을 보더라도 남성 위주의 기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20세기에 들어 세계의 흐름은 여성의 참정권 확보로 특정 성별에 의해 권력이 좌지우지되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삶과 생활에서도 성별에 의한 역할 구분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근·현대 시대를 거치면서 과학의 발달과 교육의 역할이 성인지 인식 변화에 한몫을 했다.
현대에서 여성이 정치권 천장을 깨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단순하게는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의 비공식적 차별 대응과 사회구조가 성별의 벽을 넘나들어 세분화되고 있고, 파생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성공천할당제, 비례대표제 등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유리천장은 높기만 하다.
우리 제주는 어떤가. 이미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총 45명의 도의원 중 20%인 9명의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전국 평균 19.8%이고 2020년 21대 국회 19%에 비하면 제주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적극적이다.
원인을 굳이 찾는다면 문화적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는 시작부터 여성이 만들었다는 천지창조신화로 출발한다. 조선 후기 읍지류를 보더라도 제주는 남성보다 여성의 인구가 많았다. 전쟁, 유민, 부역, 경제적 활동에 따른 이동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찾지만, 이유야 어떻든 제주의 경제와 문화 전승에 기여는 여성의 몫이 컸다. 이런저런 제주만이 가진 여성 활동성에 대한 부분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
현재 제주는 기초단체 부활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도의원 외에도 기초의원도 선출될 것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는 않는다.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 판단이란 정치적 덕목으로 소신 있는 리더십을 갖출 때 정치에 입문이 가능할 뿐이다.
수 세기 동안 제주역사를 엮어온 제주여성 역시 이런 정치적 마인드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소소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제주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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