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의 문연路에서] 영세농업인이 살아야 제주농업이 산다

[강하영의 문연路에서] 영세농업인이 살아야 제주농업이 산다
갈수록 쇠퇴하는 농촌경제
정책·지원책 대농에 집중
영세농업인 정책 확대를
  • 입력 : 2024. 04.30(화) 00:00  수정 : 2024. 04. 30(화) 15:07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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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FTA(자유무역협정)가 우리 농촌에 사형선고와도 같이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졌을 때 IMF의 요구조건이 자유무역을 통한 시장 개방이었다. 그 첫 개방국인 칠레와의 협상을 시작으로 2004년 많은 농민이 격하게 반대하는 가운데도 국회에서는 비준동의안을 가결 시켰다. 그 결과로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농업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농촌을 살리기 위한 수많은 정책과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중에서도 시설자금 지원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영향으로 농촌은 과거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소득 면에서도 큰 효과를 얻은 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많은 정책과 지원이 농지를 소유한 대농에게 집중되었으며, 소규모 농가들은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령화는 더 심각해지면서 농가 수는 감소하고 농촌경제는 크게 쇠퇴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농민의 이익을 조직화하고, 농업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하는 농협의 역할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농협이 대형화되면서 농민들보다는 농협 자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도한 신용사업은 물론 농업과 관련 없는 경제사업에 더 몰두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배당금이라는 포장으로 위장을 하고는 있지만 마트, 예식장, 장례식장, 식당업까지 점점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물론 상권이 적은 지역에서 수익 없이 운영되는 마트도 있긴 하지만 점점 거대 자본력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FTA 보조금 또한 농협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그 기준들이 농민을 위한 기준인지 농협을 위한 기준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농민이 잘 벌어야 농협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농협에서 유통, 가공 등 농민의 소득에 직결된 경제사업을 등한시한다면 농가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금의 우리 농촌은 밖으로는 개방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안으로는 농업경쟁력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두 개의 파고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농민은 조직화 돼야 한다. 특히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세농업인들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지원 정책은 농지를 소유한 대농 위주로 지원이 되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어느 때보다도 농자재 대금의 상승, 인력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의 영세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을 시급히 확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청정이미지를 갖춘 생명산업인 제주농업 발전을 위해서 "영세농업인이 살아야 제주농업이 산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들을 위한 지원정책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하영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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