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달 말 개최도시선정위원회 실사를 앞둬 도민들의 의지를 모으기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도 14일 제주관광대학교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앞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지난 7일 2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를 비롯 인천광역시와 경주시를 후보도시로 의결했다. 현장실사 계획도 의결했다. 각 후보도시의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제반 여건을 평가하기 위한 현장실사단을 구성해 이달 중 후보도시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후보도시의 유치계획 발표 등 후속 절차가 예정돼 있다. 평가 결과를 종합해 상반기 중에 개최도시가 최종 결정된다.
2005년 정치적 입김에 의해 고배를 들었던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형 국제행사 경험과 함께 숙박·교통·경호·관광자원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건 무슨 연유일까. 굳이 2005년 부산에 빼앗겼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늘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현장실사 과정을 각 분야별로 빈틈없이 철저하게 진행해 후보도시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에 있어서 현장실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실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후보 도시들의 인프라는 이미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최 때까지 남은 기간에 부족하면 채우고, 필요하면 마련하면 된다. 정부차원에서 대응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국격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더 이상 희망고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선정할 수밖에 없는, 선택받지 못하는 확실한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후보도시 주민들의 열망과 개최도시 선정은 별개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관 및 단체들을 중심으로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홍보전을 전개할 뿐이다. 지역 언론들도 지자체의 지원 속에 제주는 국제회의 경험과 인프라를, 인천은 혁신투자 허브를, 경주는 한국적 이미지를 강조하며 유치전에 가세해 경쟁구도를 조성하고 있다.
지방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의 각축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시·도세(勢)에 따라 국제회의 개최나 예산확보 등 상당부분 차별 아닌 차별이 있어왔다. '스페셜'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노멀'이 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전남특별자치도가 추진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 등을 제외하면 특별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된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더 이상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과오를 되풀이 안했으면 한다. 정부도 공모라는 미명하에 불공정한 선정을 더 이상 말아야 된다. 지역안배는 없다. 적자생존(適者生存)만이 정답이다. <조상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