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화가 제주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평화로에 인접한 곳으로 주요 계획은 109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휴양문화·운동시설 등이다.
지난달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이 사업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사전입지검토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공개된 회의 결과는 허무하다. 입지 검토는 없고, 사업 시행을 전제한 보완 사항들만 제시됐기 때문이다. 도로변 완충녹지 설치와 중수·빗물 이용, 지역상생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기여 방안 마련 등이 그것이다. 자문회의 내용으로 보면 제주도가 사전입지검토 결과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가 개발하려는 지역은 해발 300~430m에 달하는 중산간 지역으로 대규모 개발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선 곳이다. 특히 지하수 개발이 어려운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며, 보전관리지역이 포함되어 있어 관련 법률상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도 힘든 곳이다.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심지어 지역 정치권도 이 사안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국민의 힘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개발이 어려운 중산간 지역에 개발의 길을 터 주는 것은 한화의 제주우주센터 투자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제주도당은 반박 논평을 발표해 '시름에 빠져 있는 제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업의 정당한 투자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자연스럽게 오영훈 지사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오영훈 지사는 내부 회의 자리에서 한화의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제주도는 법률과 조례의 근거에 따라 판단하고 위법한 사항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한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논란이 정리될 수는 없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를 지나 지방자치의 시행과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시대에 우리가 서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마저도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이용하여 개발의 명분으로 삼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신개발주의가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앞선 여러 도정에서 난개발 논란과 관련하여 법과 원칙을 얘기하고, 선보전 후개발을 외쳤지만 결국에는 개발사업 승인으로 귀결된 사례는 허다하다.
한화가 추진하는 중산간 지역 관광단지 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경관심의, 도시계획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최종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험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으로 이 절차를 모두 통과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이행했다는 명분이 주어진다.
한화의 개발 예정지가 보전관리지역이라 개발이 어려운 문제는 도지사가 사업 승인을 할 경우 인·허가 의제 대상임으로 이 문제는 해소된다. 지하수특별관리구역 저촉 문제 역시 원인자부담 방식으로 지하수 관정 개발을 할 수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위법하지 않은 선에서 한화의 중산간 지역 개발사업 승인은 가능하다. 다만, 법과 원칙에는 없는 환경보전의 철학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될 뿐이다. 생명의 곳간 중산간의 생태계가 사라질 뿐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