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혈관 건강과 치매

[박준혁의 건강&생활] 혈관 건강과 치매
  • 입력 : 2024. 06.05(수)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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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흔한 치매는 혈관성 치매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즉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로, 전체 치매의 약 15~20%를 차지한다. 다행히 혈관 건강 관리가 점차 생활화되면서 혈관성 치매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모든 뇌졸중 환자에게 치매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약 25%에서 혈관성 치매가 발생한다. 또한 명백한 뇌졸중이 없이도 대뇌 혈관 건강 상태는 종류와 관계없이 치매 발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표적으로, 중년기의 고혈압은 향후 치매 발병 위험을 2~3배 높이고, 과다한 음주, 흡연, 당뇨병 및 고지혈증 모두 치매 발병을 높이는 중요한 혈관성 위험 인자이다.

일반 건강검진 후 혈관성 치매의 고위험군이라는 판정을 받고 큰 근심을 안고 치매 클리닉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다. 자세히 평가해 보면 실제로 인지 기능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음주, 흡연과 연관되어 혈관 건강이 나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뇌졸중 예방을 위한 혈관 건강 증진 활동이 곧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건강 검진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뇌 영상에 뇌실 주변으로 하얗게 보이는 백질 고음영 신호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백질 고음영 신호는 뇌의 MRI 상에서 관찰되는 병변에 대한 기술적 용어로, 보통 임상적으로 뇌의 소혈관이 좁아진 허혈성 병변을 칭한다. 백질 고음영 신호는 노인의 뇌에서 50~90%까지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병변이다. 아직 정확한 병리 생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혈관 내피 세포의 장애가 백질 고음영 신호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즉, 손상된 내피 세포는 혈관벽을 유리변성 또는 섬유화시켜 혈관을 좁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뇌 조직에 피가 적게 공급되는 허혈성 손상을 일으킨다.

이런 백질 고음영 신호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노인의 대부분에서 관찰되는 흔한 병변이지만, 백질 고음영 신호가 병적으로 많을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우울 장애뿐만 아니라 보행 장애, 요실금, 뇌졸중, 노쇠, 뇌의 위축과도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한 노년기 우울증은 전체 노인의 약 5%가 앓고 있으며, 그 절반은 과다한 백질 고음영 신호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우울증이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거의 모두 혈관성 우울증이다. 똑같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백질 고음영 신호가 많은 경우 더 심한 기억력 저하를 겪고, 병의 진행도 더 빠르며, 보행 장애, 근력 저하 등의 전반적인 노쇠 현상도 더 심하다. 안타깝게도 아직 백질 고음영 신호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뇌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생활 습관이 백질 고음영 신호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걷고, 술과 담배는 끊고, 고지혈증, 혈당, 고혈압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준혁 제주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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