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리미오름 지명은 14개, 본시 뜻을 몰라 제각각 작명
[한라일보] 큰돌리미오름이라고도 한다. 표고 311.9m, 비고 82m, 둘레 2471m, 면적 27만3308㎡, 저경 709m다. 이 오름은 네이버 지도에 돌리미오름으로 검색된다. 다소 헷갈리게 되어있는 오름으로 족은돌리미오름이 있다. 이 오름은 네이버 지도에는 검색되지 않고, 카카오 맵 지형도에 나온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는 돌리미오름은 네이버 지도와 같이 표기했으나, 족은돌리미오름은 '족은돌이미'라고 했다.
표고나 자체높이는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등고선으로 볼 때 돌리미오름보다 훨씬 낮다. 제주도에서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는 '큰돌이미', '족은돌이미'로 되어 있다. 어떤 책에는 이 두 오름 큰돌리미오름과 족은돌리미오름을 아울러 '돌리미'라고 한다고 표현하여 혼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오름은 완전히 떨어져 있는 독립 화산체이므로 마치 하나인 양 설명하면 곤란하다.
큰돌리미오름 자락에 형성된 호수, 돌리미라는 지명엔 물이 풍부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김찬수
18세기 중반 '제주삼읍도총지도'에는 회산(回山), 이후 여러 문헌에 대석액악(大石額岳), 소석액악(小石額岳), 지역에서 돌리미, 돌이미(乭伊尾), 돌리미악(乭利尾岳), 돌림산(乭林山), 돌이미악(突伊尾岳), 돌림악(乭林岳), 돌림악(突林岳), 돌미악(乭尾岳), 석임악(石壬岳), 돌니악(乭尼岳), 돌리악(乭里岳) 등으로 쓴다. 이런 이름들을 모으면 14개가 된다. 표기가 많다는 건 모른다는 말과 상통한다. 석액악(石額岳)이라 쓴 것은 '돌 석(石)'의 훈가자 '돌', '니마 액'의 훈가자 '님'을 차용한 표기다. '액(額)'이라는 글자는 오늘날은 '이마 액'이라고 하지만 중세국어에서는'니마왹'이라고 했다. 석임악(石壬岳)도 같은 차자 방식이다. 회산(回山)은 '돌 회'의 훈가자 혹은 훈독자 '돌'에 '산'을 붙인 차자 방식이다. 나머지는 모두 돌, 도리, 두리 등을 나타내려고 동원한 음독자이다.
돌리미의 돌이 '돌다(回)', ‘돌(石)’의 뜻이라는 주장은 글자 뜻에 얽매인 해석
이 이름 유래 역시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어떤 이는 '큰돌이미'의 '미'는 산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접미사이므로 '큰돌이미'는 큰 돌이 있는 산을 뜻한다라고 했다. 등성이가 둥그렇게 돌려있어 붙은 이름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름 정상에 돌무더기가 있기 때문에 '돌의 뫼' 혹은 '돌산'의 뜻이라고도 한다. 과거 한자 표기로 볼 때 '돌다(回)'라거나 '돌(石)'의 뜻이 있다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어떤 뜻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글자의 뜻에 얽매여서 설명해 보려는 결과들이다. 사실 수백 년 전 한자로 표기했던 기록자들도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도 당시 제주어의 뜻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으므로 다양한 차자 방식을 동원해야만 했을 것이다.
큰돌리미와 족은돌리미 사이의 숲속 호수, 이 호수 주변에 습지가 형성돼 있다. 김찬수
쟁점은 과연 이 오름의 이름이 '큰 돌'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등성이가 둥그렇게 돌려있어서일까? 이 오름 정상에 돌이 있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돌이 큰지 작은 지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표현이다. 큰 돌이 있어서 '큰돌이미', 작은 돌이 있어서 '작은돌이미'라는 작명은 여간해서 그 예를 찾기 힘들다. 또한, 이 정도의 돌 혹은 돌무더기가 없는 오름이 몇이나 있다는 것인가. 오름의 형태가 둥그렇게 돌려있어서라는 주장도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정도 둥글지 않은 오름은 몇 개나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속성들이 이름에 반영할 만큼 독특한 것인가?
이 오름은 물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오름은 많지만, 대부분 물이 귀하다. 이만큼 물이 풍부한 오름은 찾기 어렵다. 첩첩산중이라 할 만큼 오름이 밀집한 동부지역에서 이런 특성은 고대인들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다. 결국, 물을 의미하는 '돌'이 지명에 반영된 것이다. 이 많은 이름은 모두 '돌오름'을 담고자 애쓴 결과들이다. '돌'이 물을 뜻한다는 이유는 '돌오름'이란 토산의 지명에서도 봤고, 안돌오름, 밧돌오름, 감낭오름, 원물오름, 도두오름, 다래오름, 원당봉, 영아리오름, 영천오름에서도 봤다. 여기서 '돌'이란 모두 물이라는 뜻이었다.
오름 외에도 곳곳에 '돌' 지명, 글자 뜻에 얽매인 오독
지명에 돌이란 말이 들어간 예는 오름에서만이 아니다. 어느 제주시 지명 관련 책의 내용이다. "제주시 외도1동 도리물(도리물곳)이라는 곳이 있다. 우렝이 남쪽 1300번지의 밧 일대를 일컫는다. 이 지명을 '도리'는 '돌(廻)+이'의 구성으로 우물이 둥근 형태로 되어 있거나 물 따위가 둥글게 구불구불 흘러가는 것을 뜻한다. 곧 비가 많이 오면 이 일대에 위쪽에서 흘러온 물이 모여서 굽이굽이 아래로 흘러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둥글다'거나 '돌아가다'의 뜻으로 보는 것이다. "영평초등학교에서 약 1050m 남동쪽에 있는 물 이름으로 도레새미가 있다. 돌 틈에서 물이 흘러내린다는 데서 연유한다라 한다." 돌을 돌(石)로 본 것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어느 남제주군의 지명 관련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대정읍 인성리 253번지 도레물 혹은 두레물이라는 지명은 본시 두레박으로 물을 떠올린다고 하여 연유한 이름이라고 한다." 도레가 무슨 뜻인지 모르니 두레박을 갖다 붙였다. 서귀포시 지명 관련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서귀포시 회수동의 옛 이름은 도래물로 불리던 샘 주위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도래물'이라고 하였고, 한자로 회수(廻水) 또는 도문(道文)이라 표기하였다. 도래물은 돌아서 흐르는 물이라는 뜻이다." 도래를 '돌다'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적 생각을 여기저기 기록해 놓았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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