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쓰레기에 새 옷 입혀 이야기 전해요" [한라人터뷰]

"바다쓰레기에 새 옷 입혀 이야기 전해요" [한라人터뷰]
[한라人터뷰] 첫 '새활용의 달인' 김단아 양
10살 때부터 5년째 새활용 꾸준히 실천 의미 더해
바닷가서 쓰레기 주워 1200개 넘는 토이 작품 만들어
"나만의 방식으로 자연사랑... 쓰레기 모두 사라지길"
  • 입력 : 2024. 06.18(화) 14:43  수정 : 2024. 06. 19(수) 16:58
  • 박소정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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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아 학생.

[한라일보] 빨강, 초록, 파랑….

18일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제주시새활용센터 와글와글광장. 이 대형전시장 한편에 알록달록한 색색의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넓게 깔린 모래 위에 작고 귀여운 다양한 모양의 미니어처 장난감들이 아기자기 놓여있다.

'바다쓰레기로 태어난 큰구슬우렁이', '기타 치는 튜브호랑이', '꽃을 든 캔구리', '행복한 조개소녀' 등 작품명부터 심상치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페트병, 병뚜껑, 캔, 빨대 등 버려진 쓰레기에 새 옷을 입힌 새활용 작품이었다. 새활용은 쓸모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롭게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품들을 만든 건 14살 소녀 김단아(제주서중학교)양이다.

ㅣ바다쓰레기로 만든 장난감 소품이 이야기로

"바닷가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쓰레기들을 버린 사람들에게 화가 나고, 바다가 계속 오염이 되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거나 다치고 아프게 될지…. 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에게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인데 바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가 바다쓰레기에 새 옷을 입히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그는 어머니와 사람들이 없는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계속 마주하게 됐다. 쓰레기를 하나하나 줍던 그는 순간 재미난 모습을 발견하거나 어떤 이야기들을 상상했고, 집으로 돌아와 이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신문지와 종이박스를 이용해 직접 장난감을 만들어주셨어요. 미술을 전공한 엄마는 제게 사물을 재미있게 관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셨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저도 바다쓰레기로 장난감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플라스틱 숟가락·포크 그리고 조각들, 낚시도구, 유리, 밧줄 등등. 그가 바닷가에서 주워 온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쓰레기들을 씻고 소독해서 종류별로 색깔별로 작업하기 좋게 분류하고, 쓰레기들의 독특한 형태나 조합을 통해 귀엽거나 재밌게, 때로는 슬프게, 떠오르는 상상을 작은 소품에 담아냈다.

제주시새활용센터 와글와글광장 '바다쓰레기로 만든 토이스토리' 전시.

ㅣ"새활용, 누구나 할수 있는 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 그의 만들기는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천천히 꾸준히 쌓이다보니 그가 만든 작품만도 1200개가 넘는다. "마치 제 자신이 아픈 쓰레기들을 살리는 바다 수의사 같기도 합니다. 수의사라고 하면 가축이나 반려동물의 상처를 진찰하고 치료해주는 의사지만, 저는 물 수(水)를 써서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의사라는 의미로요."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그의 '바다쓰레기로 만든 토이스토리'는 환경의 달인 6월 문을 연 제주시새활용센터가 일상생활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활용을 실천해 의미를 더하고 있는 첫 번째 '새활용의 달인'으로 그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은 제가 청소년 환경운동 상징인 '그레타 툰베리'처럼 환경활동가로서 유명해지길 바라지만, 저는 저의 방식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제주의 김단아입니다. 새활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안타깝고 바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직접 주운 쓰레기에 새 생명을 입혀 크고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뿐이에요. 바다 쓰레기가 모두 사라져서 제가 작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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