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는데,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와 함께 업종별 구분 적용 가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중소기업계는 지불 여력을 고려한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계가 일부 업종이라도 시범적용을 제안했지만 공익과 근로자 위원들의 외면 속에 끝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이슈노트를 통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벨기에 등은 업종·지역별로 생산성과 기업의 지불 능력 차이를 고려해 다양한 방식의 구분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아직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양대 노조는 시급 1만원 돌파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물가 상승을 감안한 큰 폭의 인상 요구가 예상된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140원만 오르면 1만원을 넘게 된다. 최근 우리 경제가 높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지만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소기업·소상공인 폐업 공제금인 노란우산 공제금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만 건을 넘어서는 등 체감경기는 악화일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최저임금 의견 조사에서도 중소기업 10곳 중 8곳(80.3%)이 지금의 최저임금(9860원)도 부담된다고 응답했는데,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과 서비스업에서는 87%에 달했다. 경영난의 주요 요인이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험료 등 인건비 인상이라는 응답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리고 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 매출액 10억 미만 기업들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한 비율이 74.0%,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된다는 응답이 87.0%로 평균보다 높았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61.6%에 달했고, 최저임금이 감내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대책으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42.2%)', '채용 축소(35.0%)'가 대부분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어려움을 사업주가 고스란히 감내하거나 일자리만 줄어들게 된다는 결과다.
고금리·고물가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근로자 생활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임금의 지급주체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의 지불 능력, 경제 상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해 결정 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 소규모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해 이들 사업장의 지불 여력을 고려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성상훈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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