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유례없는 폭염으로 도내 전기사용량이 정점을 찍었다. 그 와중에 한전은 도내 16개 변전소를 모두 출력제어가 일어날 수 있는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다. 계통관리변전소는 지정용량에 여유가 있어도 1㎿ 초과하는 설비의 접촉은 강제로 차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 에너지대전환의 기본 축인 재생에너지확대 및 운용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동안 제주는 높은 재생에너지 보급율을 내세우며 탄소중립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 해마다 증가하는 출력제한으로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발전사업자의 원성을 감내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무려 181회의 출력제한이 있었다. 고비용의 허가된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강제로 가동을 제한받거나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고도 버려야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출력제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던 제3연계선도 그 역할이 불투명해졌다. 완도에서 동제주로 이어지는 200㎿급의 제3연계선이 완공되어 시험가동에 들어갔지만 전남지역에서도 풍력 태양광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증설로 제주와 같이 출력제한을 염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3연계선 준공시 역송하겠다는 제주의 당초 계획은 무용지물이 될 형편이다. 제주와 비슷한 전남의 기후조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제주가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만큼 화석연료 발전은 당연히 줄여갔어야 했고 증가하는 발전량에 전력망 확충도 점검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빈번한 출력제한에 제주도는 발전사업을 허가했고, 전력망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 한전은 전력망 확충을 외면했다. 이미 허가를 받은 재생에너지의 연결만을 차단할 뿐이었다.
다수의 도민은 제주에 전기가 남아도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남는 전기로 그린수소를 만들고 제3연계선이 준공되면 전남으로 전기를 보낸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도 30%가량의 전력이 해저연계선을 통해 육지서 들어오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애써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놓고 전력계통이 불안하다고 강제로 차단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화석연료발전은 그대로 놔두고 무탄소 재생에너지는 출력제한으로 가동을 중단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도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의 확장은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설비구축은 화석연료 발전 감축과 연계하여야하고 날씨 변동성을 고려해 저장시설(ESS)구축을 필히 병행해야 한다. 얼마전 오영훈지사는 2035년 아시아 최초 무탄소마을 달성을 선언했다. 제주는 그 중심축인 에너지 대전환을 어떻게 이루려 하는가. 연일 전력수요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분산에너지 특구지정은 목전인데, 모두가 침묵하는 불편한 진실에 체감온도만 높아간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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