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간이 만들어낸 '관계성' 청년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

제주 공간이 만들어낸 '관계성' 청년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 특별기획전 '지금, 여기'
김진아, 박한나, 손유진 3인전... 전시 연계 체험도
  • 입력 : 2024. 09.03(화) 23:53  수정 : 2024. 09. 04(수) 00:15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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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독특한 생태계와 굴곡진 역사,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관계들이 얽히고설켜 고유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제주. 그 공간이 만들어낸 관계성이 어떻게 연결되고 변화하는지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청년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담아낸 작품을 들고 서울에서 관객과 만난다.

오는 7일부터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제주갤러리에서 열릴 특별기획전 '지금, 여기:The Point where Time and Space Meet'에선,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비인간, 과거와 현재의 다층적 관계를 탐구하며 관계성을 밝히고 있는 김진아, 박한나, 손유진 작가의 설치·영상·회화 작품이 내걸린다.

손유진 작가는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경험을 결합해 인간, 역사, 사회의 복합적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물질적 변형과 상징적 의미를 통해 역사와 현재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Explorer-X'는 1917년 영국 식물학자가 제주도 한라산에서 나무를 채취한 사건과 2023년 제주 출생의 작가가 영국에서 그 나무를 채취해 목탄 드로잉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가로 11m의 대형 드로잉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한 두 시점과 공간의 교차점을 상상하게 한다.

손유진 작 'Explorer-X', 캔버스에 영국의 한국 구상나무 목탄, 210×1100cm, 2024. 제주갤러리 제공



김진아 작가는 제주 이주민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인'이라는 정체성의 경계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잠품에 담았다.

유난히 제주인과 외지인을 구분하는 제주만의 독특한 습성을 드러내는 작가는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질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뿌리 듣기'의 연장선상으로 이번 전시에서 신작 '뿌리잇기:돌과 귤과 이방인'를 출품했다. 관객 참여형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뿌리 형상을 제작해 설치물에 더하도록 해 물리적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김진아 작 '뿌리듣기', 2채널 비디오, 79분 8초, 2023. 제주갤러리 제공



박한나 작가는 인간-비인간 간의 관계와 연결을 고민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생태적 감각과 공존의 가치를 탐색하는데 주력한다. 현대의 생태적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의 이념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인간-비인간 간의 공생이 단지 인간만의 제안이나 관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작업을 한다. 신작 '잡초와 나'는 인류세에 대해 거시적 관점으로 탐구해 오던 작가가 ‘잡초’라는 작은 생명체에 미시적으로 접근해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것으로부터 공감대를 찾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에는 작가가 직접 채집해 정교하게 표본한 잡초도 만나볼 수 있다.

박한나 작 '잡초와 나', 단채널 비디오, 11분 50초, 2024. 제주갤러리 제공



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단순한 관계성 탐구를 넘어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고민으로 확장된 질문을 던진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지금, 여기' 현재 나의 시선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관계 다이어그램'과 '관계 잇기'체험도 준비됐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오픈식은 7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만남’ 형식으로 진행된다. 현장 참여가 어려운 관람객을 위한 오픈 채팅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참여는 제주갤러리 인스타그램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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