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다시 시작하는 제주사 정립사업

[오수정의 목요담론] 다시 시작하는 제주사 정립사업
  • 입력 : 2024. 09.19(목) 01: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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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는 과거 탐라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지금도 관광 콘텐츠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대부분 삼성신화를 통해서 탐라국의 건국을 유추해 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기에 누가, 어떻게 나라를 세웠는지, 불교의 전래는 언제며 전통신앙과 어떻게 융화되는지, 외교관계는 어떤지, 언어와 생활문화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 구체적 추론은 아직도 연구돼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도 탐라시대의 자체 기록은 확인된 바 없어 세부적으로 유추하는 것은 어렵다. 주변 국가인 삼국과 중국, 일본에서 보여주는 간략한 사료적 근거 외에 대부분 발굴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유적과 유물로 당시를 살펴볼 따름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역사는 소위 향토사학자와 신진학자에 의해 쓰여진 간헐적 연구물과 고고학적 근거들이 대부분이었다. 도내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1차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도 있었으나 역사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부족했다. 또한 대학에 역사대학원이 없어 지속적인 연구성과 축적은 한계였다.

그러던 중 1997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10억원을 제주에 쾌척했다. 제주사정립사업에 대한 연구조사비 명목이었다. 제주역사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던 차에 대기업의 지원은 단비와 같았고, 도내외 몇몇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주사정립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때부터 약 6여 년에 걸쳐 기존의 제주 관계 논문과 신문기사, 기타 자료들을 수집하는 작업을 했다. 1차 사료인 조선시대 관찬사서에서 제주 관련 기록을 일일이 색인했다. 지금은 플랫폼에서 간단하게 검색만 해도 나타나는 내용이지만, 그때만 해도 연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10여 권이 넘는다.

이런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과, 도내 대학에 대학원이 생기면서 제주사 연구는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깊이 있는 연구 결과물도 나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외 관광객, 정착주민들은 제주를 찾는 고려 요인으로 80% 이상은 자연경관 감상과 휴양·휴식에 있지만 역사문화는 1%도 안된다. SNS 검색 순위에도 맛집, 카페, 세계유산, 숨은 스팟, 액티비티 등 다양한 호기심에서 제주여행을 결정하고 있으나 제주의 문화 알기는 없다.

결국 외지인의 시선에서 제주는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역이란 인식 외에는 없어 보인다. 수만 년의 역사를 품고 육지와는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음에도 문화가 없는 제주가 된 것은 아닌가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 다시 제주사 정립이 화두다. 과거 대기업의 지원이 역사 연구 체계화를 위한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2단계로 탐라의 실체를 밝히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실체 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역사를 활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선행돼야 할 듯하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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