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우의 월요논단] 미국 군수지원함 MRO 사업 수주의 의미

[남동우의 월요논단] 미국 군수지원함 MRO 사업 수주의 의미
  • 입력 : 2024. 09.30(월) 07: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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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대한민국 군함 건조 역사에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식들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거제도에 위치한 한화오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노르웨이 에너지 업체인 '아커'로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필리 조선소 인수로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8월 29일 한화오션은 4만t급 미 해군 군수지원함 정비(MRO)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군수지원함은 해상에서 전투함에 직접 탄약 등 물품을 보급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투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함정이다. 국내 조선소에서 수행되는 최초의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으로, 이미 거제 옥포조선소에 입항해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옥포조선소에 대한민국 해군의 전투함을 건조하고 수리하는 장면은 일상적인 일이 됐지만, 미국의 군함이 입항해서 우리 손으로 정비를 하는 상상은 누구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돼 많은 국가로부터 '도움 받던 나라'였지만, 반세기 만에 온 국민의 노력으로 고통받는 세계 이웃들에게 '도움 주는 나라'가 됐고 이런 사실에 우리 국민 모두는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이런 단계를 뛰어넘어 1950년 미국의 450t급 소형 해양실습선을 구입 후 백두산함으로 개조해 6·25 전쟁을 치른 대한민국이, 반세기가 조금 지난 지금, 미국의 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의 군함을 우리 조선소에서 정비를 하게 된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도 이러한 대한민국의 모습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짧은 역사 속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일을 우리가 해냈으며, 이는 한화오션의 도전정신이 이뤄 낸 기적 같은 일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특히나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해군 군함 건조 및 정비라는 강한 연결고리는 매우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군함 건조 및 정비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규모가 크다. 실제로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 함정 정비 사업은 미국 시장만 20조원, 세계 시장 규모로는 80조원에 이르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해군은 군수지원함뿐만 아니라 이지스 구축함까지 해외에 정비를 위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지스함 건조 경험을 보유 중이며, 차기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한국형 구축함(KDDX)을 우리 손으로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우리 조선소가 못해낼 이유는 없다. 조선소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순간이다.

1950년 당시 백두산함의 승조원이셨던 분 중에 이미 고인이 되신 분도 계시지만 생존해 계신 분도 계신다. 이분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목숨 걸고 싸우신 보람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남동우 해군협회 연구소장·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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