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2)함덕초등학교 6학년 1반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2)함덕초등학교 6학년 1반
“‘현무암 구멍으로 빗물이 빠진다’ 과학적으로 틀린 이야기”
  • 입력 : 2024. 10.04(금) 07: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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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구멍 아닌 암반틈 사이로 빗물 빠져 땅속으로 들어가
“숨골이 없으면 하천 생기고 홍수가 발생해 사람이 살 수 없어”
수산·온평리 숨골에서 제주 지질 구조와 지하수 중요성 배워

[한라일보] "숨골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숨골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지난달 30일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에 참여한 제주시 함덕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21명)들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날 오전 9시 학교에서 출발한 이들은 9시 50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의 한 농지 내 숨골을 찾았다. 이 숨골이 위치한 농지에는 월동무가 심어져 있어 학생들은 두둑 사이 움푹 들어간 고랑을 따라 조심스럽게 숨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30일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에 참여한 함덕초등학교 6학년 1반 21명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온평리의 숨골을 찾아가 숨골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강순석 소장이 수산리의 한 농지에 있는 숨골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분기공 형태로 된 숨골 안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숨골 안에는 최근 내린 비가 고랑을 통해 유입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숨골은 주변 지역보다 낮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집중호우 시 빗물이 이곳으로 집중 유입된다. 농지 가장자리에는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든 인공 배수로가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날 숨골 설명을 위해 학생들과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늘 여러분은 모두 한 가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과학자들도 어릴 때 엉뚱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과학은 호기심을 통해 발전하는 거예요." "자, 제주도의 화산이 금방 터질까요, 안 터질까요? 제주는 예전에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간 없으니 제가 답을 말해 줄게요. 조만간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안심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일본처럼 활화산이 있는 지역과는 다르게 제주도는 지하에 마그마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 3000℃에서 5000℃ 정도의 뜨거운 마그마가 땅속에 있다면 물이 데워져 중국이나 일본처럼 온천이 생겨야 하는데, 제주도에는 그런 온천이 없습니다. 제주는 지하가 식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삼다수가 나오는 것이죠. 이해가 되나요?""(숨골) 이곳을 통해 들어간 빗물은 결국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가 되고, 삼다수가 됩니다."

혼인지 동굴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

이어 강 소장은 화산섬 제주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화산 지형의 땅이에요. 이런 화산 지형에는 지하자원, 그러니까 광물이나 석탄이 전혀 나오지 않죠. 황폐화된 사막과 같은 땅입니다. 대신에 제주의 땅속에는 삼다수와 같은 깨끗한 지하수가 있습니다. 더 좋은 점은 지하수가 암석을 통과한 물이라 아주 신선하고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강 소장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던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숨골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숨골이 없으면 하천이 생기겠죠. 제주시에는 하천이 있지만, 이 동쪽 지역에는 하천이 없어요. 제주의 하천은 육지의 강과는 다르게 하수구의 역할을 합니다. 한라산에 비가 내리면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내려오는데, 하천이나 숨골을 통해 바다로 빠지지 않으면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살 수 없습니다. 제주는 이런 지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숨골의 기능이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수산리 농지 내 숨골로 조심스럽게 이동중인 학생들.

이어 학생들은 혼인지와 그 인근 농지에 있는 도랑형 숨골을 찾았다. 이 숨골에는 현무암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이 화산암은 현무암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기공이, 즉 구멍이 숭숭 뚫려 있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나 제주에 처음 온 사람들은 비가 많이 오면 현무암 구멍으로 물이 다 빠져버린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아까 여러분이 지나온 혼인지 연못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잖아요? 그 이유는 암반 구멍으로 물이 빠지지 않고 암반과 암반틈 사이로 물이 빠지기 때문이에요. 즉, 암석틈을 통해 물이 흘러나가는 것입니다."

강 소장은 현무암 지대가 형성된 구조를 설명하며, 제주도 지하수의 형성과정을 소개했다.

"오름이나 한라산에서 1000℃나 되는 시뻘건 용암이 흘러 바다 쪽으로 흘러가면서 한 층 한 층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아래는 토양 대신 암석이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입니다. 물이 암반 아래로 들어가기 위해선 통로가 필요한데, 옛날 제주 사람들은 이를 숨굴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본 숨골이 바로 그 통로인 셈입니다."

강 소장은 지하수와 염수의 상호작용도 설명했다.

학생들이 혼인지 인근 농지에 있는 도랑형 숨골을 관찰하고 있다.

"제주의 지하수는 그릇처럼 지하에 담겨 있잖아요. 그 이유는 바다와 연결된 지하 암반이 평평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담수(민물)와 바닷물이 만나면 염수(짠물)는 밀도가 높아서 밑으로 가라앉고, 담수는 그 위에 떠 있습니다. 그래서 해안에서 솟아 나오는 용천수도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런 구조가 제주도 지하수의 특징입니다."

학생들은 강 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3시간에 걸친 숨골 탐방을 마친 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삼다수 생산공장을 견학하고 오후 3시 학교로 돌아와 탐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류준하 학생은 "땅속에 그릇처럼 생긴 곳에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숨골로 물이 들어간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성복 담임 선생님은 "처음에는 흙을 밟는 것을 불편해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어요. 현장 체험 학습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학교에서 숨골 탐방 내용을 학습할 계획입니다. 숨골 탐방은 학생들에게 제주의 지질 구조와 지하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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