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3)동광초등학교 6학년 4반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3)동광초등학교 6학년 4반
“제주 숨골은 몇 개? 지하수 부족하지 않나?” 호기심 가득
  • 입력 : 2024. 10.11(금) 04: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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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한동리·온평리 소재 숨골 탐방하며 궁금증 쏟아내
화산 폭발 후 굳어진 용암이 깨진 송이류 ‘클리커층’ 이해
삼다수공장 견학하면서 제주지하수 형성과정도 설명 들어

[한라일보] 제주 초등학생들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 역할을 하는 '숨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먹는물로 이용되는 지하수 등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라일보가 제주개발공사, 광동제약과 공동으로 마련한 '제주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이 지난달 26일 동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탐방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숨골 탐방에 이어 제주개발공사 삼다수공장을 견학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숨골 탐방에는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이 동행해 숨골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이어갔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위치한 대형 함몰형 숨골에서 학생들이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첫 탐방지는 구좌읍 한동리 둔지오름 인근 농경지 한가운데 위치한 함몰형 숨골이었다. 한창 웃자란 잡초들이 뒤덮은 숨골은 직경이 10m가 넘을 만큼 크고, 깊이도 1m 이상 돼 보였다.

강 소장은 "연간 강수량이 2000㎜가 넘는 제주에선 농사짓기도 어렵고 홍수도 자주 발생할 것 같은데, 내륙보다 홍수가 적다. 그 이유를 오늘 탐방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지금은 농사를 짓지만 예전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겨 농사를 못짓고 소·말을 방목했던 목장지대였다"고 했다. 이어 "상상해 보면 밭 한가운데 물이 빠지게 하려고 구멍을 팠고, 배수로를 따라 그곳으로 물이 잘 빠지면서 크기가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숨골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다.3

이어 "숨골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숨굴'이라고 했다. 숨굴은 숨을 쉬는 구멍이라는 뜻이다. 물이 빠지는 지하에는 동굴 같은 공간이 있을 것이다. 화산섬 제주는 화산암층이 시루떡같이 겹겹이 쌓인 지층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사이에 용암동굴도 있고 '스코리아'라는 물빠짐이 좋은 송이층을 통해 흘러내린 물이 지하수이고, 그 지하수를 끌어올려 삼다수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소장은 "옆에 보이는 둔지봉처럼 제주에 있는 오름은 화산이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과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불꽃송이 하나하나가 떨어져 나온 화산재가 송이다. 그래서 제주 토양은 대부분 송이로 돼 있어 물빠짐이 좋고, 많은 숨골이 있어서 많은 비가 내려도 홍수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평리 소재 숨골.

강 소장은 "화산 폭발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쪽으로 강물처럼 흐르면서 식은 표면은 굳어져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로는 용암이 흘러 만장굴 같은 동굴이 된다. 또 용암이 지표로 흐르면서 만들어진 게 곶자왈이다. 즉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하에 용암동굴을 만들고, 지상에는 곶자왈 숲을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한동리에 이어 찾아간 숨골은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설 장소와 바로 인접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람이 들어가 설 수 있을 정도로 폭 1.5~2m, 깊이가 1m 이상으로 움푹 패인 숨골 바닥엔 여러 개의 암석들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선명해 다량의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추정됐다. 성산읍은 제주에서도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다.

강 소장은 "제주시 동부지역엔 숨골이 여러 개 분포하는데, 제2공항이 들어설 부지 안에 있는 숨골을 모두 조사했더니 150개쯤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온평리 일대 용암류는 지표면이 매끄럽고 평평하게 굳어진 빌레용암지대(파호이호이)로 빗물 등 지표수가 빠지기 어렵다. 그래서 지표수가 송이의 일종으로 물빠짐이 좋은 두꺼운 클리커층을 통해 지하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이고, 지하엔 동굴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제주삼다수 공장에서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로 삼다수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클리커층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흐르면서 식어 굳어진 표면이 깨진 크고 작은 알갱이인 화산송이의 일종인 클링커가 시루떡처럼 두껍게 형성된 층을 말한다. 강 박사는 "클리커층은 빗물 등 물빠짐이 아주 좋은 암석층이라 지하수가 이동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온평리에서 숨골 탐방을 마치고 현장을 막 빠져나오려던 순간 한 학생이 숨골에서 1m쯤 떨어진 풀 숲에서 또 다른 숨골을 확인해 학생들이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만큼 숨골이 많이 분포된 지역임을 말해준다.

두 곳의 숨골을 탐방하면서 호기심이 생긴 학생들의 질문도 다양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유입돼 지하수를 만드는데, 오염된 폐수나 동물이 숨골에 빠지면 어떻게 되느냐"에서부터 "제주에 숨골은 몇 개나 있나?" "삼다수가 만들어질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지하수를 뽑아 써도 부족하지 않고 계속 생기나?" 등이다.

학생들은 숨골 탐방에 이어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개발공사 삼다수공장에서 제주 물의 역사와 천연 화산암반수가 삼다수로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홍보관 직원은 "제주삼다수는 한라산국립공원 내 해발 1450m 높이에서 투수된 빗물이 겹겹이 쌓인 화산암 사이로 약 18~22년 동안 천천히 스며들어 생성된 지하 420m의 지하수를 원수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로 스며든 물은 천연필터 역할을 하는 화산송이층을 통과하면서 오염물질이 걸러져 별도의 정수과정이 필요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칼륨·칼슘·마그네슘 등 천연 미네랄이 더해진다. 그래서 취수원에서 얻은 지하수는 최소한의 공정과 살균과정을 거쳐 삼다수로 탄생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정수과정을 거친 물을 다양한 크기의 삼다수 용기에 담아 밀봉·포장·운반까지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삼다수 무인자동화시스템 과정도 확인했다. 이어 도내 재활용도움센터 등에 설치된 삼다수 페트병 전용수거함과 유명 관광지·마트에 설치된 삼다수 페트병 자동수거보상기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의류 등 새활용 상품으로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숨골 탐방과 삼다수공장 견학을 마친 김은률 학생은 "땅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우리가 먹는 삼다수로 만들어지기까지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데, 삼다수 가격이 너무 싸서 놀랐다"고 했다.

홍진무 학생은 "숨골과 삼다수 탐방 일정이 너무 짧아 아쉽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은아 담임교사는 "숨골 탐방을 앞두고 학생들이랑 숨골이 무엇인지를 찾아봤는데,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숨골의 기능과 중요성을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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