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8·끝)외도초등학교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8·끝)외도초등학교
"자연 숨골 훼손하고 인공 숨골 만드는 악순환 반복"
  • 입력 : 2024. 11.15(금) 03: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숨골에 빗물 유입 흔적 확인… 지하수 함양 과정 이해
"화산 폭발시 떨어진 화산재에 따라 토양색 차이 발생"
"숨골 중요성 인식 계기… 체험 기회 더 확대해 달라"

[한라일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밝은오름' 인근 목초지에 직경이 100m가 넘는 대형 숨골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함몰지형 숨골 내부에는 물이 땅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여러 군데 있고, 구멍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으며, 함몰지 사면은 중앙부를 향해 비스듬히 경사져 있어 비가 오면 이곳으로 엄청난 빗물이 유입된다.

한라일보와 제주개발공사, 광동제약(주)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에 참가한 제주시 외도초(4~6학년) 학생 25명은 지난 3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이 3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밝은오름' 인근 목초지에 있는 대형 숨골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주변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금악리 대형 숨골 전경.

이틀 전 내린 비로 인해 숨골로 가는 목초지가 질퍽거려 이동이 다소 불편했으나 학생들은 빗물이 숨골로 스며든 흔적을 직접 확인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학생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은 이날 이곳 숨골의 형성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숨골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저 뒤에 있는 '밝은오름'에 가보면 오름이 둥그런 반달 형태로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쪽(낮은 쪽)으로 용암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용암이 흐를 때 외부는 빠르게 식어 굳지만 내부는 식지 않아 계속해서 흐르게 된다. 용암이 내부를 빠져나가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것을 용암동굴이라 한다. 이곳은 용암동굴의 얇은 천장 부분이 무너져 생긴 곳으로, 이전에 용암동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곳은 중산간 목장지대로, 흙의 두께가 10~30cm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소의 먹이인 목초를 재배하고 있는데 문제는 주변에 강이 없어 비가 오면 목장지대가 호수처럼 변해 버린다. 호수에 갇힌 빗물은 이곳 숨골로 들어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지층을 따라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다"고 부연했다.

제주에 200mm 이상의 비가 쏟아진 지난달 1일 오전 금악리 대형 숨골 주변이 빗물로 가득 차 있다.

금악리 대형 숨골로 빗물이 빨려들어 가고 있는 모습.

강 소장은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만약 이곳에 축산 폐수나 농약을 버리게 되면 그 오염물질이 모두 지하수로 스며들게 된다"면서 "우리가 버린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들어가면 우리 후손들이 그 물을 고스란히 마셔야 된다"며 숨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악리 숨골 탐방을 마친 학생들은 이어 한경면 조수리 농경지 내에 있는 도랑형 숨골을 방문했다. 이곳의 토양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붉은색을 띠고 있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수리가 현재 ' 븕으못' 또는 '븕은못'로 불리는 이유도 이러한 붉은 토양 때문이다.

강 소장은 조수리의 지명이 왜 '븕은못'으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주도의 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나뉘는데 이곳의 토양은 빨간색이다. 이 빨간색은 저기 앞에 있는 오름과 관련이 있다"며 제주에서 산을 오름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화산지질학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덧붙였다.

"오름은 지하에서 용암이 분출돼 형성된 화구, 분화구의 흔적이다. 옛날에 저 오름에서 용암이 흘러나오고, 화산재가 불꽃놀이하듯 터져 나왔다. 화산재는 마그마가 폭발하면서 잘게 부서져 식은 암석 부스러기인데 그 입자가 모래 크기 이하로 작다. 그 당시 나온 빨간색 화산재가 이 주변에 쌓여 흙이 빨간색이 됐다. 반면 한라산 중산간 동쪽 오름의 토양은 검은색이다. 한라산에서 시커먼 화산재가 떨어져 검은색이 된 것"이라며 토양 색깔의 차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학생들이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농경지 내에 있는 도랑형 숨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일 조수리 도랑형 숨골에 가득 찬 빗물 모습.

조수리 도량형 숨골 안에 가득 찼던 빗물이 다 빠져 나가자 드러난 숨골 내부.

강 소장이 토양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한 학생이 "숨골 안에는 누가 살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보통 동굴에는 박쥐가 사는데 숨골은 보면 이렇게 구멍만 있어 물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제주도의 하천을 설명하며 "서귀포에 있는 강정천에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 녹나무 자생지'가 있다. 이 녹나무 자생지에는 물이 없는데 하천(강청천)에서 습기를 계속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으면 안 된다"며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소장의 설명을 듣던 한 학생이 "이 숨골에 들어갔던 사람이 있나요"라고 묻자, 강 소장은 "이곳은 토양에 묻혀 있던 용암동굴로, 천장이 무너져 내려 현재의 숨골로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숨골 형성과정을 추정했다.

환상숲 곶자왈공원에서 학생들이 곶자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는 "숨골 안에 보면 현무암들이 있는데 위에서 이렇게 보면 동굴 천장으로 보인다. 동굴이 무너져 생긴 것이다. 동굴로 물이 들어가면서 토양이 쌓였고 농사를 짓기 위해 숨골을 더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육지에서는 비가 오면 물이 논을 통해 강으로 흘러가지만 제주도는 중산간 개발로 물길이 막히고 숨골도 메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빗물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넘쳐나면서 큰 비가 오면 도로와 농경지가 잠기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여러 군데 저류지를 만들고 있는데, 이 저류지는 빗물을 지하로 들어가게 하는 인공숨골이다. 이처럼 제주도는 개발에 따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숨골 탐방을 마친 외도초등학교 학생들은 조수리 인근에 있는 환상숲 곶자왈 공원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을 인솔한 양은희 교사는 "학생들이 숨골이라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많은 학생들이 숨골과 지하수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끝>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1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