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유랑하는 인간, 그리고 경계

[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유랑하는 인간, 그리고 경계
  • 입력 : 2024. 11.20(수) 02:00  수정 : 2024. 11. 20(수) 07:37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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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돼 2025년 1월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당선 직후부터 세계 정세는 그의 공약에 맞춰 위태롭게 술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이민법 집행에 있어 단호한 태도로 알려진 전 이민관세집행국 국장 톰 호먼을 '국경 차르'로 지명했다. 대선 기간 내내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체포·추방'을 예고한 만큼,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이민자들의 행렬로 인해 국경 지역의 긴장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한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국가와의 문화 교류와 상호작용이 활발한, 이른바 트랜스내셔널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트랜스내셔널 시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이주와 디아스포라'이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떠나온' 사람들의 빈번한 이동은 수많은 '경계'에서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혼재돼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형태로 나타난다.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서에 2023년 기준 강제 이주 상태인 난민 수는 1억1730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쟁, 기근, 억압, 박해 등으로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는 이들이 지구촌 인구 69명 중 1명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종, 종교, 국가 정체성에 대한 완고한 이념을 가진 트럼프의 당선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평화를 향한 잠재적인 절망을 불러온다. 이제 국경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함축한다. 이는 국가 간의 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며 상호의존성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을 수밖에 없는 난민은 우리로 하여금 연대와 인류애를 시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정철훈의 소설 '모든 복은 소년에게(2012)'는 한인 강제 이주에 대한 논문을 마무리하고 있는 역사학자가 우연히 발견한 청원서 속 '소년'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스탈린 시대 한인 강제 이주를 다루는 역사소설이면서 소년을 찾으며 역사의 틀을 벗어나는 소설은 역사가 재현할 수 없는 개별적 삶, 그 한계를 드러낸다. 소년 찾기는 실패한다. 그러나 정철훈이 '디아스포라'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속에 모두가 '소년'일 수 있는 '인간 보편'을 발견하는 것이고, 현재의 최선은 기록으로 채워질 수 없는 역사의 깊은 틈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것에 있음을 전달하려는 의도라 생각했다. 작가는 역사라는 총체성, 그 바깥에 있는 '유령' 같은 존재들을 소년 찾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는 늘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며 흘러왔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 이후 지속되는 경제난과 끝나지 않는 전쟁 상황 속에서 다시 돌아올 '낡아빠진 미국'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려와 근심이 앞선다. 다만, 수많은 '소년'들이 길을 잃지 않기를,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연대가 더 끈끈해지기를 기원할 뿐이다.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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