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농업유산 제주의 화전(火田)Ⅱ] (3)다른 지방 정비·활용 사례-① 충북 단양 '소백산화전민촌'

[잊혀진 농업유산 제주의 화전(火田)Ⅱ] (3)다른 지방 정비·활용 사례-① 충북 단양 '소백산화전민촌'
소백산 자락 화전마을 콘텐츠 관광자원 활용 선례
  • 입력 : 2024. 11.21(목) 03: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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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억 투입 화전민촌 재현 정비
체험형 숙박시설로 2010년 개장
현재 일부 폐쇄, 정상 운영 모색




화전특별취재팀은 지난 10월 31~11월 2일 다른 지방의 화전 문화 콘텐츠 정비 활용사례 등을 돌아보기 위해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양군 지역을 찾았다. 첫 방문지는 단양군 영춘면 소재 소백산화전민촌이다. 차량을 이용해도 구절양장(九折羊腸) 굽이도는 가파른 산길을 한참이나 올라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화전민촌에 들어서기 전에 소백산자연휴양림전망대가 반긴다. 소백산맥의 줄기와 온달산성까지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경 속에 화전민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전망대를 오르는 층마다 소백산 화전민촌 이야기가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백산화전민촌은 전망대에서도 2~3㎞가량 들어서야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일부는 폐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화전 콘텐츠를 활용해 체험형 관광숙박시설로 조성한 충청북도 단양군 소재 소백산화전민촌.특별취재팀

화전민촌은 단양군이 2005년부터 '화전'을 콘텐츠로 관광과 연계해 만든 장소다. 단양군은 정부 차원의 1970년대 화전 금지 조치 이후, 방치되다시피 한 소백산 자락의 260㏊ 부지에 화전민촌을 복원했다. 버려진 숲을 활용해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객실 9동(너와집 5·초가 3·기와집 1), 대장간, 방앗간 등을 비롯해 옛날 농기구와 민구류도 갖춰져 있다. 이들을 전시하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단양군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47억1500만원(국비 23억5700만원·도비와 군비 각 11억7900만원)을 투입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화전을 활용한 체험형 숙박시설 조성 및 관련 관광상품을 개발했고, 2010년 개장했다. 탈곡기와 디딜방아, 물지게 등 화전민들이 사용했던 옛 농기구를 둘러보며 화전민들의 당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직접 약초나 산양삼을 캐고 맛보는 체험을 곁들였다. 인근에는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명상숲길도 조성했다. 이후 단양군은 화전민촌을 중심으로 휴양림(69억원·12동 25객실), 정감록명당체험마을(95억1600만원·15동 15객실), 단양승마장(17억1800만원) 등을 갖춘 190㏊ 규모의 소백산자연휴양림을 완성하고 2017년 7월에 개장했다.

화전 콘텐츠를 활용해 체험형 관광숙박시설로 조성한 충청북도 단양군 소재 소백산화전민촌.특별취재팀

화전민촌 인근에는 온달산성, 온달평강 로맨스 길,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사인 구인사 등을 곁에 두며 도심을 떠나 힐링의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다만 화전민촌은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전파력이 강해 이용객들이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데 제약을 받았다. 또한 옛 가옥 형태이다 보니 난방이나 조리시설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많았다. 때문에 현대화된 휴양림 숙소로 이용객이 발길을 돌렸고 현재 5동만 운영되고 있다.

단양군 농림환경국 산림녹지과 이가윤 휴양림 담당자는 "단양관광공사에 소백산휴양림을 위탁·운영 중이며 화전민촌 가운데 2022년 이후 4동(초가 3·너와집 1)의 운영이 중단됐다"며 "2022년부터 도청(충청북도)에 매년 화전민촌 사업비로 10억원을 편성해 올리고 있지만, 3년째 재정이 어렵다며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예산이 확보되면 그동안 이용객이 불편사항으로 제기했던 부분들을 리모델링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하고 화전민촌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백산화전민촌에 수집된 농기구와 민구류 등 각종 자료. 특별취재팀

화전민촌에서 체험해보는 모습. 특별취재팀

단양관광공사 임희범 관광휴양팀 차장은 "화전민촌에서는 예전 구들장과 장작으로 난방을 했었으나, 산불 예방 차원에서 전기온돌로 바꿨고 코로나19 장기화에 각종 시설 노후화 등으로 경영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예산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정상 운영은 물론 그동안 모아뒀던 농기구와 민구류 등 전시관을 활용하고 인근의 휴양림과 정감마을 등과 어우러진다면 실제 화전민이 살았던 만큼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화전은 소중한 지역의 농업유산으로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이용객에게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양군 일원이 옛 화전민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국내 '화전 1번지'로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도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다시 점화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특별취재단=이윤형 선임기자·백금탁 정치부장·진관훈(제주문화진흥재단)·고재원(제주문화유산연구원)·오승목(다큐제주)>

※ 이 기획은 '2024년 JDC 도민지원사업'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육지부 화전과 제주 화전


진관훈 박사

조선시대 화전은 유농(遊農)형 화전과 개척형 화전으로 나눌 수 있다. 유농형 화전은 깊숙한 산골 수목이 무성한 곳에 불을 놓은 뒤 타고 남은 재(灰)를 거름으로 활용하여 농사를 짓고, 이듬해에 다른 곳으로 가서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는 형태이다. 화전을 처음 개간할 때는 토질이 양호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선택하여 가을에 나무와 풀을 베어 깔아 두었다가 봄에 불태웠다. 이렇게 장소를 매년 바꿈으로써 지력을 유지할 수 있고, 풀과 나무를 태운 재와 오랫동안 쌓인 나뭇잎이 썩어서 훌륭한 유기질 비료 구실을 했다.

개척형 화전은 정주 농민들이 인구 증가 압력과 식량 확보 문제 해결을 위해 거주지 주변 산림에서 불을 놓아 농토를 개척하는 화전민을 말한다. 이런 형태를 '산전(山田)'이라고 했다. 산전은 2~3년 묵힌 다음 1년 더 경작하거나, 1년 묵힌 다음 경작하는 농지였다. 산전으로 불리는 개척형 화전은 해마다 옮겨 다니는 유농형 화전이 발달한 형태다.

이를 종합하면 조선시대 화전은 당시 인구 증가, 토지 부족, 지주전호제 모순 등이 확대되어 생존 기반을 잃은 빈농, 무전농(無田農)이 주축이 되어 자신들의 생활 타개책으로 활용되었다.

이에 반해 제주도 화전은 경목(耕牧) 교체 방식과 아울러 고려시대 목장 설치에 기인했다. 제주도민들은 제주도 전 지역 목장화로 인한 토지 부족과 그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산간 구(舊) 목장지대 토지에 불을 놓아 개간하였다. 특히 1894년 공마(貢馬) 제도가 폐지되면서 목장지 개간이 활발해지고 제주도 전 중산간 지역에 화전이 확대되었다.

해방 후, 화전정리사업은 1966년 4월, '화전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된 후 화전민 이주사업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화전 정리 5개년(1974~1978)계획'을 수립했고, 사업 종료 직후인 1979년 당시 남한지역 화전 총면적은 12만4643㏊, 화전 가구는 30만796호였다.

제주도의 화전 소멸 시기는 이보다 훨씬 이르다. 일제강점기 제주도 해안마을에 경제활동 기회가 늘어나자 중산간 마을의 노동력이 해안마을로 옮겨갔었다. 또 1920년대 이후 제주도민 전체 중 1/4 정도가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갔다. 이로 인해 커다란 노동력 손실이 생겨났고, 이를 중산간 화전마을 노동력이 메꾸었다고 볼 수 있다. 급기야 '제주 4·3' 당시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으로 인해 제주지역 중산간 화전마을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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