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6주년/ 제주관광의 기회를 묻다] 관광 재도약 전환점… ‘제주다움’이 경쟁력

[창간36주년/ 제주관광의 기회를 묻다] 관광 재도약 전환점… ‘제주다움’이 경쟁력
  • 입력 : 2025. 04.22(화) 05:20  수정 : 2025. 04. 22(화) 16:08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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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흐름 발맞춘 제주만의 특화된 매력·콘텐츠 강화
차별화된 체험·경험 고도화 위한 로컬브랜딩 전략 요구




[한라일보]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 항공기 운항편수·공급좌석 축소, 해외여행 수요 회복, 고물가와 바가지 요금 논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빠르게 다변화하는 관광시장에서,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발맞춘 관광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재도약을 위해 제주관광은 여행객들이 '다시 찾고', '머무를 이유'를 만들어내며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제주만의 매력을 어떻게 이어가고, 이 섬의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더 채워야 할지 여행객, MZ세대, 마을여행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이들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보고, 그들이 기억하는 제주의 모습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한다.



ㅣ마을에서 만난 '제주다움'

제주를 다시 찾는 여행자들이 있다. 북적이는 인기 관광지보다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과 새로운 경험을 찾아 마을로 향한다. 어떤 이는 읍면의 작은 시장을 걷고, 누군가는 지역주민이 추천해준 숨은 맛집을 찾아가며, 또 누군가는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맺어진 인연과 그들이 건넨 작은 친절에 스민 따스한 정을 '최고의 경험'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기억하는 제주는 풍경을 넘어 사람과의 만남과 교류 속에서 발견한 '제주다움'이었다. 그 기억은 다시 제주를 찾고, 머무를 이유가 됐다.



ㅣ"기억에 남는 건 마을에서의 시간"

도심에 갇혀 사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몇 해 전부터 1년에 두 번 정도는 가족과 제주를 찾는다는 홍진현(40대, 서울 거주) 씨. 그는 수차례의 제주 여행 중에서 제주 마을여행 통합브랜드 '카름스테이' 세화리 마을 여행을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했다. 이후 지인들에게도 한 마을에서 오래 머물러볼 것을 권했고 모두 만족스러웠다는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광지만 바쁘게 둘러보던 이전 여행과 달리 한 마을에 머물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마을에서 추천해주는 동네 맛집과 주민들이 가는 목욕탕을 찾아가며 현지인처럼 제주의 일상을 경험했던 모든 순간이 인상깊었고 제주를 새롭게 마주하는 기회가 됐다. 홍 씨는 "앞으로도 정말 제주다움, 제주도의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적어도 카름스테이 마을을 통해 고유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화 콘텐츠가 계속 개발되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제주에서 진행된 제주 관광 홍보 서포터즈 'JJ프렌즈'의 팸투어. 제주관광공사 제공



ㅣ따뜻한 인연으로 특별해지는 여행

SNS 콘텐츠를 통한 자기 브랜딩이 익숙한 20~30대는 트렌디한 여행지를 먼저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다.

제주 관광 홍보 서포터즈(JJ프렌즈)로 활동하고 있는 윤민수(30대, 부산 출신) 씨와 안진휘(20대, 경기도 출신) 씨는 MZ세대가 여행지를 선택할 때 SNS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핫한 키워드, 가성비·가심비, 나만의 색다른 체험 등을 중요한 고려 요소로 꼽았다. 다만 윤 씨는 개인적으로 지역의 정서를 느끼고, 그곳의 역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지역 여행'을 선호한다고 했다. 자주 가다보니 생일에 미역국을 챙겨주는 식당 사장님, 혼자 사진 찍을 때 다가와 함께 찍어주던 주민 등 소소한 교류에서 비롯된 따뜻한 경험이 제주를 더 오래 기억하게 했다. 그렇게 지역에서 느꼈던 정과 친절함이 제주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여행을 간다면 풍경을 보는게 좋다"는 안 씨는 "저는 예외적인 경우"라며 보통 SNS에 올릴 만한 장소나 반응이 좋을 곳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고르는 것 같다고 했다. 자연을 좋아해 매년 제주를 찾았다가 어느덧 이주 3년차가 된 그는 "조금 더 제주답고, 제주에서만 가능한 로컬 체험이 많아져야 제주에 올 이유가 생길 것 같다"면서 콘텐츠의 차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고물가와 바가지 요금 논란, 날씨에 민감한 여행 구조, 공연 등 문화 콘텐츠 체험의 한정적인 기회 등은 제주여행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봤다. 체류형 여행의 다양화,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 숨겨진 여행지(히든 스팟) 발굴, 바다 자원을 활용한 융복합적 해양콘텐츠 개발 등 색다른 변화는 재방문을 이끄는 제주만의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ㅣ제주에서만 가능한 경험의 가치

장혜영 마을여행 크리에이터(랄라고고 주식회사 팀장)는 제주를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단순히 제주가 좋아서, 예뻐서 오는 건 한계가 있지만 지역 주민과의 교류를 통해 쌓인 친밀감은 제주 관광의 지속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그는 "로컬관광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과 연결고리가 생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며 '제주다움'이라는 고유한 가치와 매력을 지켜나가며, 지역 주민과 여행객 간의 상생 구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여행 플랫폼 '이더라운드'의 김선재 대표도 "가장 제주스러운 것들을 제주스럽게 경험하는 방식"이 제주의 경쟁력이라고 봤다. 제주에서만 가능한 차별화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연구원 고선영 부연구위원은 "제주관광에 있어 '제주다움'을 찾을 수 있는 건 결국은 로컬이라고 본다"며 지역 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여행의 경험은 물론 추억과 기억의 결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관광객과 도민의 접점이 늘어나는 만큼 불편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제주관광공사 신현철 글로컬관광팀장은 "최근 여행트렌드는 자신의 삶의 가치 기준으로 경험을 사고 싶어한다. 결국 여행경험의 진화 없이 반복되는 루트형 여행은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제주의 고유 문화와 지역자원을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력으로 매력적인 제주여행 경험을 고도화해 나가는 로컬브랜딩 전략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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