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체작물 실태·문제점
최근 도내 농업관련 단체와 연구기관은 하루 수십통의 전화문의와 방문상담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감귤산업이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다 폐원도 이어져 “앞으로 무엇을 경작해서 살아가야 하느냐”며 농가들이 절박한 하소연들을 토해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농업기술원의 탐라섬오갈피 전문교육에는 계획 인원보다 3배나 많은 농가가 모였다. 제주특산인 섬오갈피가 새로운 소득작물로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농가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른바 ‘대안작물’ ‘대체작물’에 대한 농가의 관심 집중현상은 “감귤 하나만 쳐다보다가는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감귤 일변도의 농업구조에 대한 위기감이 “보완산업이 시급하다”는 반성과 자구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감귤원 폐원 계획면적은 2005년까지 5천ha. 산림청 임업연구원 최완용 유전자원부장은 “감귤이 제주의 주력산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제주의 다양한 특산자원을 이용한다면 보완산업으로서 소득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취재진에 거듭 강조했다. 최 부장은 전국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전북 고창의 복분자 성공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4∼5년전부터 대안·대체작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릅, 섬오갈피, 녹차, 곰취 등 제주 자원생물들의 소득화 가능성은 현실화되고 있다.
요즘 한창 수확되고 있는 제주 참두릅은 지난달말 기준으로 kg당 농가 수취가격이 1만7천원대에 이르고 있다. 참두릅 영농조합법인 이명하 대표는 “완벽하게 선별 포장된 참두릅이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맞물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했다.
도내 참두릅 재배면적은 지난 95년 3ha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2백50ha, 올해는 3백여ha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농업기술원은 “제주 참두릅이 전국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특산인 탐라섬오갈피는 재배를 시작한지 2∼3년 밖에 안되고 면적도 19ha에 불과하다. 그러나 효능이 매우 탁월해 시장성과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망 기능성 식품이다.
현재 국내 오갈피시장은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팩에 담겨진 엑기스 형태의 유통규모가 최소한 1년에 3천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제주의 대안작물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소득작물로 개발되거나 보급된 작물이 겨우 5∼6개 품목으로 한정돼 있다. 일시적 집중재배에 따른 유통·판로난이 대두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작물들도 육묘나 신품종으로 선발되기 이전인 품종수집 단계에 그치고 있다. 예산지원과 연구·유통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대안작물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여전히 불안하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주의 자원생물은 분명 세계 제1의 제주형 특산작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지금 제주의 현실은 이런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토대마저 갖추지 못해 농가를 불안케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사진설명]제주참두릅영농조합법인이 최근 수확이 한창인 제주참두릅을 선별 포장하고 있다. 제주참두릅은 요즘 대도시 대형매장에 출하돼 kg당 농가 수취가격이 1만7천원대에 이르고 있다.(원내사진 : 산림청이 선발 육종한 '건국 8호' 두릅)
/사진=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에서 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